지속적인 경제성장에 대한 기대감을 발판 삼아 막강한 권력을 과시해온 중국 시진핑 정권의 지도력이 급격한 경기둔화와 시장붕괴로 위협 받고 있다. 지도부(정치)의 의중에 따라 조정돼온 중국 경제가 역으로 정치를 뒤흔들고 있는 모양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5일(현지시간) 중국 공산당 내부에서 최근의 증시폭락 사태와 관련해 리커창 중국 총리 교체 전망이 거론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7월 리 총리 및 마카이 국무원 부총리가 진두지휘한 증시 부양책이 실패로 돌아가면서 리 총리의 정치적 입지가 크게 약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FT는 공산당의 위신이나 신뢰도에 미칠 타격을 고려해 지도부가 당장 리 총리를 경질하지는 않겠지만 오는 2017년 당 대회에서 그를 교체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리 총리 교체설은 그동안 정치 우위로 안정된 구도를 유지해온 중국 정치와 경제 간 무게중심이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중국 경제는 개혁개방 이후 지금까지도 철저하게 정치의 지배를 받아왔다. 중국이 해마다 높은 경제성장률 목표를 달성하고 시장 성장을 보인 것은 중국 공산당의 철저한 통제하에 이뤄진 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통제에서 벗어난 증시폭락과 급격한 경기둔화, 경제 통계에 대한 깊은 불신감은 공산당 정권이 경제를 입맛에 맞게 이끌어갈 능력을 상실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키운다.
전문가들은 가파른 경제성장에 힘입어 탄탄한 공산당 일당독재 체제를 유지해온 중국이 고성장 신화의 붕괴와 함께 지금까지 겪지 못한 정치불안의 기로에 놓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의 저명한 정치평론가인 천제런은 최근 뉴욕타임스(NYT)에 "경제는 중국 정부의 정당성을 떠받치는 가장 중요한 기둥"이라며 "경제가 흔들리면 중국 공산당의 정치권력은 심각한 도전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집권 이후 '반부패'를 내세워 경쟁세력을 가차 없이 척결하고 권력을 독점해온 시진핑 주석에게는 최근의 시장 위기가 큰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NYT는 시 주석이 자신을 리 총리를 대신할 중국 경제정책의 설계자로 자리매김해온데다 반부패 캠페인으로 국내에서 적잖은 적을 만들어왔다며 최근의 증시폭락이 시진핑 정권을 흔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런 점에서 최근 가능성이 제기되는 리 총리 경질은 경제에 물린 시 정권이 정치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마지막 카드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윌리 람 교수는 FT에 "시 주석에게 희생양이 필요한 시점이 되면 리 총리가 적임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