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와 talk, talk] 김성훈 유니더스 사장

콘돔은 이제 '음지의 제품' 아닌 생활필수품
"국내시장 활성화 과제 남았죠"



사실상의 생활필수품인 콘돔. 아직은 공개적으로 말 꺼내기가 쑥스럽다. 하지만 이제는 소비자들이 입맛에 맞춰 골라 써야 한다며 콘돔 예찬론을 역설하는 이가 있다. 세계 콘돔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유니더스 김성훈(40ㆍ사진) 사장이다. "콜라 하나를 마시더라도 브랜드를 따지는데 하물며 에이즈 확산을 방지하고 피임을 도와주는 기구를 사용하는데 아무거나 사용한다는 게 말이 되나요. 국산 콘돔은 유엔이 인정한 세계 최고 수준의 제품입니다" 유니더스는 국제 입찰시장 물량 중 30% 이상을 공급하며 세계시장 점유율 1위 업체로 평가 받는다. 사업가로서 주변의 부러움을 살 만할 실적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김 사장에게도 반드시 풀고 싶은 숙제가 하나가 있는데 바로 국내시장 개척이다. 최고경영자로서의 사업욕심 보다는 국내 콘돔시장의 활성화를 바라는 마음이 더 크기 때문이다. 물론 국내시장에서 유니더스는 시장점유율 65% 이상을 차지하지만 매출로는 얼마 되지 않는다. 유니더스는 전제 매출의 70% 이상을 해외시장에서 거둬드리고 있다. 김 사장은 "2년 전부터 TV 콘돔광고가 법으로 허용되는데 여전히 광고심의원회에 막혀 번번이 퇴짜를 맞는다"며 "우리나라에서도 콘돔을 당당하게 구입할 수 있는 풍토가 하루빨리 조성돼야 한다"며 콘돔이 더 이상 음지의 제품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생산규모 세계 1위… 북한에도 공급 -2대에 걸쳐 콘돔사업을 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사업하기 쉽지 않은 아이템인데요.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습니다. 콘돔사업이 국내에선 보수적인 사회 통념상 다소 금기시되는 제품이기는 하지만, 창업자인 아버님께서 사업아이템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서구화되는 국내 현실상 향후에는 콘돔이 생활필수품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사업을 시작한 것입니다. -유니더스가 콘돔을 만드는 회사라는 건 국내 보다 해외시장에서 더 잘 알려져 있는데 세계시장에서의 위상은 어떤가요? ▦작지만 강한 중소기업이죠. 지난해 연간 11억5,000만개의 생산능력을 갖추면서 생산규모에서 세계 1위로 뛰어 올라 섰습니다. 해외에도 전 세계 80여 개국에 내다 팔고 있고요. 심지어 북한에서도 우리 회사의 콘돔제품을 사용합니다. UN에 납품한 제품이 구호물자로 들어가기 때문이죠. -해외시장에서 승승장구하는 유니더스의 경쟁력은 무엇이라 생각하시는지? ▦간단합니다. 해외 수출용을 만든다며 강하고 질긴 가죽 같은 콘돔을 만들어야 한다는 무식한(웃음) 생각이 외국인들의 입맛에 맞아떨어진 것이죠. 한 가지 더 꼽는다면 연간 총 11억5,000만 개를 만들 수 있는 생산공장을 갖추고 있다는 것입니다. 생산능력은 국제입찰시장에서 업체를 선정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거든요. -해외 수출용과 국내 내수용 제품이 특별이 차이가 있습니까. ▦특별히 차이는 없습니다. 단지 사이즈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가장 큰 제품을 사용하는 나라들은 미국과 호주, 프랑스 등 일부 서구 국가들이고, 가장 작은 사이즈가 수출되는 것은 미얀마 등 일부 동남아시아 국가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80년대 후반까지는 동남아시아 사이즈였지만 최근에는 표준형으로 승격됐고 일부는 유러피안 사이즈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평균 '남성' 사이즈가 커졌다는 얘기죠. -해외에 나가 영업을 많이 하게 되면 에피소드가 많을 것 같은데요. ▦미국이 9.11테러 이후 한층 강화된 입국심사 때에 있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왜 미국에 들어가려고 하느냐고 물어 비즈니스 때문에 왔다고 하니까 팔려는 제품이 무엇이냐고 물어 콘돔이라고 말하면 가방을 열어 보여주었습니다. 그랬더니 공항직원의 무섭고 딱딱한 얼굴 표정에 웃음이 보이기에 이건 보통 것과 다른 기능성 콘돔이라며 한 곽 건네주니까 동료 것도 하나 더 달라면서 그냥 보내주는 게 아닙니까. 남자들은 다 똑 같은 것 같습니다(웃음). 독자브랜드로 내달 프리미엄 제품 출시 -최근에는 주문자생산방식(OEM)에서 탈피해 독자브랜드 출시 등 판로개척을 더욱 강화하는 것 같던데요. ▦그렇습니다. 회사의 성장성을 위한 장기적 차원에서 독자브랜드 출시를 강화하면 최근 2~3년간 60가지의 제품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생각해 보시죠. 동대문에서 구입하는 청바지와 소위 명품이라고 하는 청바지는 사실 품질에서의 차이는 거의 없습니다. 브랜드의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다음달 출시될 프리미엄 제품의 경우도 독일의 벤츠 아트 카 디자이너 안도라(Andora) 및 AIG생명, 헹켈(Henkel)과 같은 유명한 회사의 디자인과 함께 작업해 만들었습니다. -해외시장에서 나가 영업하다 보면 힘든 점이 많지 않나요? ▦글쎄요. 오히려 자신 있게 '메이드 인 코리아'라고 말할 수 있는 상품을 생산하고 있다는 자부심이 크죠. 힘든 것을 전혀 잘 모르겠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와 유엔인구활동기금(UNFPA) 등 공인된 국제기구에만 연간 5억 개 이상을 납품하는데 자부심이 없다며 이상하지 않을까요. 이 물량은 영국 듀렉스와 호주 안셀 등의 글로벌 업체 보다 2배 이상 많은 수칩니다. -지난 8일부터 10일까지 제주도에서 50여 개국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국제 표준화기구 물리적 피임기구 기술위원회( ISO TC157)가 개최 됐었죠. ▦맞습니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열린 콘돔산업 관련 국제회의 입니다. 이번 국제회의에서는 콘돔의 재질과 생산방법, 나라별 크기, 파열강도, 콘돔제조 기술 및 검사방법 표준화 등의 새로운 기준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새로운 기준안이 나오기까지는 다소 필요한데 우리나라의 콘돔제조 기술 등이 새로운 기준으로 채택될 수 있도록 많은 의견을 제안했고 대다수 국가들이 긍정적인 평가를 했습니다. 그 만큼 국내 콘돔산업의 기술력이 해외에서도 인정을 받고 있다는 반증인 셈이죠. "세계가 필요로 하는 회사로 가꿀것" -2세 최고경영자로 취임한 지 1년이 지났는데 향후 계획하는 경영목표가 있나요. ▦큰 욕심 없습니다. 다만 유니더스(You Need Us)라는 회사 이름처럼 경영자로 있는 동안은 부끄럽지 않도록 '당신'과 세계가 필요로 하는 '유니더스'가 되도록 노력하고 싶을 뿐입니다. 그러기 위해 유니더스만이 생산할 수 있는 특별한 경쟁력을 가진 제품 만들기에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 80개국 수출… 국제 입찰시장 30% 점유 유니더스는 지난 73년 의료용 장갑 생산업체로 출발했다 90년 들어서 콘돔 제조업체로 변신해 국내시장 65%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1위 업체로 성장했다. 세계시장에서의 위상은 더욱 높다. 연간 11억5,000만개의 생산능력을 갖추면서 생산규모를 비롯해 국제 입찰시장의 30% 이상을 점유하며 세계 1위 업체로 굴림하고 있다. 특히 자체 브랜드 없이 주문자생산방식(OEM) 방식의 안전한 수출에만 의존해오던 국내 다른 콘돔 제조업체가 쇠락한 것과 달리 유니더스는 일찌감치 60개의 독립브랜드로 해외수출에 나서 세계 80여 개국에 수출하는 경쟁력을 갖추며 세계 최강자로 거듭났다. 한편 콘돔은 사용되는 원료에 따라 크게 3가지로 구별된다. 최근 개발된 폴리우레탄 콘돔을 비롯해 동물의 장기를 사용한 천연피막 콘돔, 고무를 원료로 한 라텍스 콘돔 등이 있다. 현재 콘돔시장의 주류를 이루는 것은 라텍스 콘돔이다. 폴리우레탄 콘돔은 상용화 단계에 이르지 못했고, 천연피막 콘돔의 경우 비싼 가격에 비해 성병예방의 효과가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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