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산에는 ‘대지진 괴담’이 나돌고 있다고 한다. 그 진원지는 다름 아닌 다대포해수욕장에 등장한 백합. 수십m 안팎의 바다 속에서 살고 있는 엄청난 양의 백합이 느닷없이 백사장으로 떠밀려오고 있는데 이 현상을 지진 발생의 전조로 받아들이면서 괴담이 퍼져나가고 있다는 것.
이런 불안감은 지난달 초 일본의 아사히TV에서 도쿄만 일대에 6개월 이내에 대지진이 닥칠 것이라는 내용의 프로그램을 방영함에 따라 더욱 증폭되고 있다.
주거지 밀집지역 큰 피해 우려
실제로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하듯 지난해 5월29일에 리히터 규모 5.2의 지진이 경북 울진 부근에 일어났으며 올 6월29일 밤과 30일 새벽 1시간 간격으로 경남북 일대에서 리히터 규모 4.0, 3.1 규모의 지진이 잇따라 발생하는 등 최근 들어 한반도에 발생하는 지진의 횟수가 늘어나고 있다.
지진 발생이 잦아지고 있는 현상은 한반도가 판 구조상 일본이나 이란보다는 안전한 위치에 놓여 있지만 에너지가 지각의 단층에 오랜 시간 축적되면서 서서히 지진의 활성기에 접어들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한반도가 지진 안전지대가 아님은 예전부터 언급됐지만 정작 우리나라의 지진대비책은 여전히 허술하기 짝이 없는 실정이다. 건설교통부가 보고한 `우리나라 지진 현황과 시설물 안전대책'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 6층 이상 건축물 60% 이상, 교량과 터널 등 주요 교통시설의 27%가량이 내진설계가 돼 있지 않다고 한다.
또한 지하철의 경우 총 22개 노선 중 서울 9호선 1단계 구간 등 6개 노선에만 내진설계가 적용된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진 발생 위험지역으로 생각되는 울산 지역의 경우 그 상태는 더욱 심각한데 울산 지역 건축물 가운데 내진설계가 돼 있는 건축물은 고작 0.9%에 불과하다.
특히 우리나라는 88년 건축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 내진설계가 의무화(6층 이상, 연면적 1만㎡ 이상)됐기 때문에 그 이전에 건축 허가가 났거나 의무화 기준에 미달하는 중ㆍ소규모 건축물에는 내진설계가 반영되지 않았다. 따라서 이러한 건물에 5.0 이상의 강진이 발생하면 치명적인 재난 사태가 우려되며 이러한 구조물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건축구조기술사들이 특별히 걱정하는 부분은 크게 3가지다. 첫째는 5층 이하 공동주택이나 벽돌로 지은 단독주택은 내진설계의 기준 자체가 없기 때문에 가장 위험하다.
둘째, 우리나라 인구의 40%가 산다는 고층아파트의 경우 대부분 모든 하중을 벽이 저항해야 하는 형태인 내력식으로 지어졌기 때문에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높다. 그 중에서도 89년 이전에 지은 아파트에 경우 내진설계가 돼 있지 않으며 이후에 지은 아파트라 할지라도 안전을 장담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마지막으로 몇년 전부터 크게 유행하고 있는 주상복합아파트의 경우 대부분 윗부분이 아파트형으로 무게가 무겁고 아랫부분은 골조형으로 무게가 가볍게 설계되므로 지진 발생시 일반 구조물보다 충격을 덜 흡수하기 때문에 위험하다.
주거형태가 점점 밀집형으로 발전함에 따라 지진에 의한 피해는 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지진에 대한 위험으로부터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다중이용시설물 중 내진설계가 돼 있지 않았다고 판정된 구조물에 대해서는 우선적으로 구조물의 건전성 및 내진 성능 평가를 수행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최소한의 비용으로 보수ㆍ보강법을 개발 및 적용해 지진의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
늦기전에 내진성능 평가해야
또한 내진설계의 중요성 및 필요성에 대한 건축주와 일반인의 인식 변화가 요구된다. 내진설계를 적용할 경우 공사비는 평균 1%가량 증가하게 되는데 이를 추가비용으로 인식하고 건축비 절감을 위해 공공의 안전을 도외시 하는 현상들이 일어나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정부에서도 최근 내진설계 의무 기준을 3층 이상 또는 연면적 3,000평 이상 건축물로 강화하고 재난안전대책본부와 기상청ㆍKBS 등을 연결하는 핫라인을 설치하기로 하는 등 지진 대비 대책 마련을 강화하고 있다.
늦었지만 이러한 변화는 매우 긍정적이다. 한반도가 더 이상 지진으로부터 안전한 지역이 아니라는 증거가 드러나고 있는 만큼 지진에 대한 건축물 안전 대비책은 보다 철저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