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아오르는 재보선 공천전쟁] 원칙없는 갈지자 행보… 여당 좌충우돌

"승부처 동작을 출마해달라" 김문수에 '십고초려' 나서
金 고사땐 나경원 공천할 듯
평택을서 배제한 임태희는 다음날 수원영통 전략공천


"선당후사 정신으로 이끌어달라(윤상현 새누리당 공천심사위원장)" "선당후사는 그 자리가 아닌 것 같다(김문수 전 경기지사)" "이번에 과반 못 넘기면 어렵다. 박근혜 정부에 위기가 온다(윤)" " 경기도는 지원하는 게 도리라는 생각 있다(김)" "서울에서 이겨야 의미 있다. 세월호 참사 이후 국가 개조하겠다 했는데 혁신 이끌어갈 분은 지사님밖에 없다(윤)"

2일 언론 인터뷰차 대구에 내려간 김 전 지사와 윤 위원장이 현지의 한 카페에서 나눈 대화다. 15곳의 재보선 지역 중 최대 승부처인 동작을을 놓고 윤 위원장이 김 전 지사에 대해 '십고초려'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면담이 끝난 뒤 윤 위원장의 표정이 어두웠던 점을 감안하면 김 전 지사가 쉽사리 불출마 입장을 바꿀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새누리당은 하지만 전날 공천관리위 회의를 갖고 김 전 지사의 동작을 전략공천을 최종 확정하고 본격적인 설득에 나서기로 했다. 김 지사의 한 측근은 "당으로부터 출마하라는 압박이 상당히 심해 좀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당은 김 전 지사가 동작을 전략공천에 응할 것으로 기대하면서도 여의치 않을 경우 대중성이 있는 나경원 전 의원에 대한 전략공천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오는 10~11일이 재보선 후보등록일이어서 불과 1주일 내에 김문수냐, 나경원이냐 선택해야 하는 셈이다. 오세훈 전 시장의 경우 최근 페루에서 귀국했으나 예정대로라면 이달 말 아프리카 르완다로 한국국제협력단 자문활동을 떠나기로 돼 있어 공천 가능성은 희박하다. 한때 출마설이 돌았던 김황식 전 국무총리의 경우에도 당에서 이번 재보선에 전략공천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

나 전 의원의 경우 이번에 남경필 경기도지사의 지역구였던 수원 팔달에 출마해달라는 당의 요청을 거절했으나 서울 출마를 요청받을 경우 응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나 전 최고위원 측은 "2010년 서울시장 경선에 출마했었는데 경기도에서 출마하기 위해서는 명분이 필요한데 이런 조건이 갖춰지지 않은 것 같다"며 수원 불출마의 배경을 설명했다. 나 전 의원의 수원 불출마로 손학규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과의 빅매치가 무산됐으나 동작을에서 나 전 의원과 기동민 새정치연합 후보 간 대결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처럼 새누리당의 공천과정이 뚜렷한 원칙과 기준 없이 갈지자 걸음을 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또 지난달 30일 이명박 전 대통령 측근 중 한 명인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을 평택을 공천 심사에서 배제했다가 다음날 수원 영통에 전략공천을 하는 등 좌충우돌했다. 임 전 실장은 지난 1일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높은데도 경선 기회조차 봉쇄했다"며 무소속 출마를 시사하자 김진표 전 새정치연합 경기지사 후보의 지역구로 새누리당에서는 공천 신청자가 없던 영통에 전략공천을 한 것이다. 이에 대해 임 전 실장은 "당에서 희생이 필요하다면 외면할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영통 출마가 유력한 것으로 보인다.

당은 텃밭인 울산 남을에서도 친박 비주류로 현 정부에 쓴소리를 자주 해온 이혜훈 전 최고위원을 겨냥해 100% 여론조사로 경선방식을 확정했다가 반발을 자초했다. 지역 터줏대감인 박맹우 전 울산시장, 김두겸 당협위원장에 비해 인지도가 낮은 이 전 최고위원이 "이번 공천은 감정 공천"이라며 사퇴해버린 것이다.

부산 해운대기장갑에서는 15명의 공천 신청자 중 친박계 공천을 염두에 두고 김세현 전 친박연대 사무총장과 배덕광 전 해운대구청장의 국민참여 경선으로 치르기로 하면서 친이명박계 중진인 안경률 전 의원과 석동현 전 부산지검장 등은 배제됐다. 안 전 의원은 이날 "어떤 설명이나 해명도 없이 13명을 컷오프시켜 정말 기가 막힌다"며 "배후에 숨은 몇몇이 미리 결론 내놓고 짜고 친 고스톱으로 분노를 넘어 측은하기까지 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당을 말아먹고 국정을 농단하는 한줌세력이 국민의 준엄한 응징을 받을 것이 너무나도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당초 '별들의 전쟁'이 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있었지만 결국은 거물급들이 대거 배제되고 지역 밀착형 인사 위주로 가는 양상"이라며 "공천이 명확한 기준 없이 편의적으로 추진되다 보니 탈락자들의 불만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