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패션대부' 오르테가 화려한 무대에서 내려오다

자라 모기업 '인디텍스' 회장직서 스스로 물러나


패스트패션의 대표 브랜드 자라(ZARA)를 거느린 스페인 최대 의류 유통 전문업체 '인디텍스(Inditex)'의 창업자 아만치오 오르테가(75)가 현업에서 손을 뗐다. 20일(현지시간) AFP 통신에 따르면 인디텍스의 오르테가 회장은 이날 그의 오른팔 파블로 이슬라(47) 사장에게 전권을 물려주고 조용히 회장자리에서 물러났다. 언론 노출을 극도로 꺼리는 그는 경영대권을 이양하는 자리에 마저 모습을 비치지 않았다. 오르테가는 가난한 철도원의 아들로 태어나 열세살의 어린 나이에 학교를 그만두고 라 코루냐 시내 한 의류상 점원으로 취직할 만큼 비참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하지만 의류 사업에 일찍이 눈을 뜬 그는 4년만에 점원일을 그만두고 자기 가게를 차리는 등 일찍이 사업가의 길로 들어섰다. 그가 처음 '자라' 상호를 내걸고 점포를 세운 것은 1975년 스페인 북서부 갈리시아지방 코루냐에서였다. 이후 1979년 갈리시아에 6개 지점을 낸 뒤 스페인 전역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이후 1988년 이웃 나라 포르투갈, 1989년 미국에 이어 1990년엔 프랑스로 영역을 확장하며 승승장구 했다. 최근에는 인도와 호주까지 진출해 현재 전 세계 78개국에 5,000개 매장을 확보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도 27개 매장을 보유중이다. 오르테가는 이 같은 사업확장에 힘입어 막대한 부를 쌓았다. 미국 경영전문 잡지 포브스에 따르면 오르테가의 재산은 310억 달러에 달해 세계 7위의 부호로 선정됐다. 인디텍스 그룹은 무엇보다 빠른 상품 회전 경영을 도입해 글로벌 패스트패션 산업을 주도했다. 인디텍스 그룹은 다품종 소량 생산 체계를 확립해 소비자들의 수요에 발빠르게 대응했다. 이에 따라 재고가 쌓일 틈도 없어 매주 매장에 진열된 제품의 40%가 얼굴을 바꿀 정도다. 인디텍스의 지난 1ㆍ4분기 순익은 4억7,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10%증가하는 등 스웨덴의 경쟁업체 H&M을 앞지르는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