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ㆍ31 부동산 종합대책이 오는 9일로 발표 100일째를 맞는다. 8ㆍ31 대책은 부동산 시장에 큰 충격파를 던져주며 급등하던 집값과 땅값의 발목을 잡는 듯 했지만 최근 들어 다시 집값 반등 조짐이 보이는 등 불안감을 드리우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박재룡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강남 재건축 등 일부에서 불안정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지만 8ㆍ31 대책의 힘은 의심의 여지없이 매우 강력했던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아파트시장 안정 속 재건축 불안 조짐= 8ㆍ31 대책 발표를 전후해 하락 국면으로 접어들었던 서울 아파트 시세는 10월 말을 기점으로 다시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강남 재건축 아파트가 이끌고 있다. 서울시 의회가 용적률ㆍ층고 등 재건축 규제를 완화하는 조례 개정을 추진하고 8ㆍ31 후속입법이 국회에서 난항을 겪자 재건축에 대한 기대심리가 슬며시 고개를 든 것이다. 재건축 단지들이 들썩이기 시작하자 인근 아파트들도 매물이 회수되고 수천만원씩 오른 호가에 새 매물이 나오는 등 동반 상승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분양시장은 양극화 심화= 아파트 분양 시장은 8ㆍ31 대책 이후 양극화ㆍ차별화가 심해지는 양상이다. 전국 분양시장에 찬바람이 휘몰아쳐 미분양과 입주 후에도 주인을 찾지 못한 ‘깡통’ 아파트가 속출하는 가운데 호재가 있는 몇몇 유망지역에는 예외 없이 청약자가 몰려들었다. 경기도 화성의 동탄 신도시에서는 원가연동제가 적용된 아파트가 잇따라 공급돼 모두 높은 청약 경쟁률을 보였고, 행정중심복합도시(이하 행정도시) 특별법 합헌 판결 이후 조치원 등 행정도시 인근의 미분양 물량이 급속히 소진되기도 했다. ◇전세값은 비수기에도 강세= 가을철 급등했던 서울 전셋값은 수능 이후 다시 학군 좋은 지역을 중심으로 국지적 강세를 띠고 있다. 특히 전셋값은 강남권 중대형 평형을 중심으로 크게 오른 것으로 나타나 평형별 양극화 현상이 전세시장에도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부동산뱅크에 따르면 지난달 말까지 서울 전용면적 25.7평 미만 아파트 전셋값은 8ㆍ31대책 전에 비해 3.09% 가량 상승했지만 25.7평 이상은 3.21% 상승, 중대형 아파트의 상승률이 더 높았다. ◇토지 거래도 뚝 끊겨= 지난 7월까지만 해도 활황세를 보이던 토지시장은 거래가 뚝 끊긴 가운데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내년부터 토지 양도세가 실 거래가로 과세되고, 부재지주에게는 양도세가 중과되는 등 세 부담이 커지자 투자수요가 자취를 감춘 것이다. 종합부동산세의 세대별 합산과세 영향도 크다. 하지만 행정도시 인근과 공공 기관들이 이전하는 혁신도시 일대 등은 가격이 불안해질 조짐도 보이고 있다. ◇앞으로의 시장 향방은= 전문가들은 8ㆍ31 대책의 내용들이 입법 과정에서 흔들리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서 대체로 주택ㆍ토지시장이 하향 안정세를 지속할 것이라는 데 무게를 둔다. 내년부터 종합부동산세 부과대상이 6억원으로 확대되고, 2008년부터 1가구 2주택에 대한 양도세가 중과되면 세금 회피성 매물이 쏟아진다는 것이 근거다. 내년 시행되는 양도세 실 거래가 과세도 거래를 위축시킬 전망이다. 내 집 마련 수요자 입장에서는 거꾸로 시세보다 싸게 나올 가능성이 큰 세금 회피성 매물을 노려볼 필요가 있다. 김영진 내집마련정보사 사장은 “1차로 내년 6~7월, 2차로 11~12월에 나오는 급 매물을 적극 공략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