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추가경정예산안의 본회의 통과를 위해 서둘러 합의한 '법인세 정비'가 결국 문제를 일으켰다. 이장우 새누리당 대변인은 26일 법인세 인상과 관련해 "기업 세금 부담이 늘어나면 경제가 더 위축되는 악순환을 초래할 것"이라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반면 최재천 새정치민주연합 정책위의장은 "충분히 분담 가능한 상위 재벌 대기업에 대해 법인세를 조금 인상하자는 것"이라며 논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양측의 입장차가 워낙 뚜렷해 타협안을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급한 불(추경)을 끄겠다고 임시 봉합(법인세)하다 나타난 후유증이다.
법인세에 대한 논의가 필요없는 것은 아니다. 법인세율은 20~22%지만 각종 비과세·감면으로 실효세율은 16% 밑으로 떨어졌다. 그러다 보니 기업으로부터 거둬들인 세금은 2012년 40조3,375억원에서 2013년 35조7,539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가뜩이나 세수 펑크도 심각한데 법인세까지 줄면서 국가의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문제는 지금 법인세를 인상한다면 기업에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수입은 제자리거나 줄어드는데 지출이 늘어난다면 투자와 일자리를 줄이려 할 건 뻔하다. 수출과 내수 부진에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과 가뭄이라는 돌발 악재까지 만나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우리 경제에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적으로 법인세를 깎아주는 추세와도 맞지 않다.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2013년 법인세 감면 총액 9조3,000억여원 중 3분의2인 약 6조4,000억원은 자산 규모 5,000억원 초과 대기업에 집중돼 있다. 불과 478개 기업에 대한 세 혜택이 17만개 기업의 공제액보다 두 배나 많은 것은 어딘가 불편하다. 증세 대신 비정상적인 감면 구조를 바로잡아 세수를 늘린다면 경제 부담은 최소화하면서 이런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사실상 세금을 올리는 것이니 야당이 반대할 명분도 없다. 호미로 막을 수 있는 사안은 호미로 막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