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현칼럼] 노조도 바뀌어야 한다

친기업(business friendly)정책을 표방하는 이명박 정부의 출범을 앞두고 강성노조인 민주노총과의 일전이 불가피한 것 같다.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핵심과제로 설정한 새 정부는 무엇보다도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기업투자를 촉진하고 외국인투자를 유치해야 한다.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 열악한 노사관계를 개선하는 것은 새정부가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이명박 정부의 정책방향은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결국 친노동(labor friendly)정책과 같은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민주노총은 아직 노사관계 개선 노력을 받아드릴 태세는 아닌 것 같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민주노총 방문 취소를 빌미로 또 다시 투쟁을 외치며 거리로 나서고 있다. 그들은 아직도 ‘세상을 바꾸자’라는 시대착오적인 구호를 외치고 있다. 파업을 일삼는 강성노조들은 최근에는 비정규직 처우문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체결반대 등을 내세우며 정치투쟁을 벌인다. 그들의 투쟁 목표나 목적이 때로는 무엇인지 불분명한 경우도 적지 않다. 근로자의 복지후생을 위한 것인지 또는 노조의 정치세력화를 목표로 하는 것인지 아니면 잘나가는 기업은 무조건 쓰러트리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민주노총 산하의 현대차 노조는 경기가 좋든 나쁘든 회사가 이익을 냈든 어려움에 처해 있든 지난 10여년 동안 해마다 파업을 벌였다. 일부 중소기업 중에는 강성노조의 불법적 투쟁으로 기업을 폐쇄하거나 도산사태에 직면한 기업들도 있다. 어느 중소기업의 경우 지난 몇 년 동안 대외여건 변화로 어려움을 겪다가 생산성 향상과 원가절감 등 자구노력으로 경영개선을 이룩했다. 그러나 지난해 강성노조가 들어오면서 불법파업ㆍ태업ㆍ잔업거부 등이 장기화되면서 폐업할 위기에 몰렸다. 이 기업이 도산할 경우 수백명의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잃게 된다. 기업들은 노조의 횡포를 견디다 못해 해외로 공장을 옮기고 외국인투자가들은 투자를 꺼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청년실업자는 늘고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과도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들은 노조의 이기적인 투쟁으로 덕을 보기는커녕 희생을 당하는 계층이다. 노조의 힘은 높은 도덕성과 윤리성, 그리고 대표성에서 나온다. 그러기 위해서 노조는 사회의 폭넓은 지지를 얻어야 한다. 기업의 부당한 착취에 맞서서 근로자의 권익을 지키며 그들의 광범위한 연대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 노조의 현실은 그렇지 않다. 기업의 착취란 있을 수 없다. 오히려 강성노조의 불법, 과격 투쟁이 문제다. 근로계층의 끈끈한 연대는 간데 없고 노노 간 갈등만 심화된다. 강성노조가 일자리를 걱정하고 비정규직의 처우문제를 쟁점으로 들고 나오는 것은 굉장한 아이러니이다. 이거야말로 노조 대 비노조, 정규직 대 비정규직, 기존 근로자 대 신규 청년실업자 간의 극심한 갈등을 빚어낸 것이 바로 강성노조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전체근로자의 11%에 불과한 노조의 낮은 조직률, 그 중에서도 일부 강성노조가 노동시장의 불안을 주도한다면 개가 꼬리를 흔드는 것이 아니라 꼬리가 개를 흔드는 게 아닐까. 오죽하면 노동에 대한 편향성이 강한 노무현 대통령조차 일부 노조의 이기적이며 비윤리적인 정치투쟁을 비판했겠는가. 최근에 정부도 정규직 근로자의 해고요건을 완화하고 노동시장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도록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동안 정부정책의 일관성이나 신뢰가 부족했기 때문에 이들의 비판이나 주장이 무슨 의미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정부가 언제까지나 강성노조에 동조하고 그들을 용인해서는 안 된다. 지난 10년 동안 노사관계가 미봉책으로 일관돼온 데에는 노조ㆍ기업ㆍ정부 모두에 책임이 크다. 불법적인 파업에 대해서도 원칙 없는 타협을 관행처럼 용인 내지 종용해왔다. 법과 원칙을 지켜야 하는 정부조차 노조 편향적인 경향을 보인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결국 그 피해는 모두 소비자의 몫이며 실업자와 비정규직 근로자들을 양산해왔다. 글로벌 시장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정부가 더 이상 노동시장을 보호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스스로 변할 수 없는 노사관계의 개선을 위해서 국내시장을 더욱 개방해야 한다. 노사관계를 개선하고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기 위해서도 한미 FTA 등은 조속히 체결해야 한다. 강성노조가 그들의 기득권을 위해서 기업을 핍박하고 청년실업자의 일자리를 가로채며 비정규직에게 더 이상 고통을 안겨줘서는 안 된다. 책임 있는 노조라면 불우한 이들의 어려움을 보살펴야 한다. 정부나 기업뿐 아니라 노조도 사회적 책무를 도외시해서는 안 된다. 우리 경제가 더 이상 결단나지 않도록 노동개혁을 착수해야 한다. 이명박 정부는 노동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노사 모두가 법과 원칙을 지키는 가운데 노사관계를 개선하고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제고해야 한다. 민주노총도 세상을 바꾸기보다 스스로를 바꿈으로써 노사관계 개선에 협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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