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 하청업체에 소속돼 일하던 비정규직 직원 470명이 정규직 지위를 인정받았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1부(정창근 부장판사)는 25일 고모씨 외 499명이 기아차와 하청업체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피고의 근로자임을 확인한다"며 "고용의사 표시를 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원고들은 각 사내 협력업체에 고용된 후 그 고용관계를 유지하면서 기아차의 사업장에서 기아차의 지휘·명령을 받아 기아차를 위한 근로에 종사했다고 판단된다"며 "기아차와 각 사내협력업체 사이에 체결된 업무도급계약은 실질적으로 근로자파견계약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기아차가 사내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에 대해 작업장소 외에도 작업시간과 작업속도를 결정하고 작업내용에 대한 실질적인 지휘·감독을 행한 점을 고려할 때 기아차의 작업지시는 도급을 위한 지시권의 한계를 넘은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원고들이 청구한 임금·손해배상 청구액 111억5,733만원 중 15억8,975만원을 지급하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전체 499명의 원고 가운데 기아차의 근로자임을 확인해 달라는 345명과 기아차가 고용 의사를 표시하게 해달라는 123명 등 468명의 청구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소송 중에 기아차에 신규채용된 28명과 하청업체에서 2년 이상 근무했음을 충분히 입증하지 못한 1명의 소는 각각 각하, 기각됐다.
법원은 지난 18~19일에도 현대자동차 사내 하청업체 소속 비정규직 직원 1,200여명이 낸 소송에서 같은 취지의 판결을 내린 바 있다.
기아차와 도급계약을 맺은 사내하청업체 소속 근로자인 원고들은 기아차 생산 라인에서 정규직 근로자들과 같은 업무를 담당했다. 이들은 "기아차의 파견 근로자로 사측과 직접 계약을 체결해야 함을 인정하고 밀린 임금을 달라"며 2011년 7월 서울중앙지법에 소송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