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 사상 처음으로 장관 내정자에 대한 청문회가 6일 열렸다.
야당 의원들은 장관 내정자를 상대로 다각적인 청문을 통해 장관으로서의 자질을 검증하는 좋은 기회다. 특히 이번 청문회는 인사권자가 코드와 능력을 감안해 발탁한 점을 냉정히 따져 해당 부처 정책을 수행하는 데 적합한 인물인지 국민들에게 평가토록 한 자리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야당의 검증은 자칫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일방적 정치 공세라는 멍에를 뒤집어쓸 수도 있다. 이런 점에서 이종석 통일부 장관 내정자에 대한 청문에 나선 국회 통외통위의 홍준표ㆍ전여옥 한나라당 의원의 접근법은 대조적이었다.
야당 첫 질문자로 나선 홍 의원은 북한 인권 문제를 외면하는 정부 기조를 따지면서 “인류 보편적 가치인 인권을 외면한다면 그간 운동권이 내세워온 논리는 전부 무너진다”고 했고 이 내정자는 내뱉듯 “예…”라고 답했다.
홍 의원은 이어 “친북 좌파들은 왜 스스로 친북 좌파라고 말하지 못하냐. 당당히 말하고 국민들의 평가를 받으면 되지 않느냐”고 물었고 이 내정자는 굳은 표정으로 “(친북 좌파가) 아니라고 강조한 적 없다”고 답했다. 시각에 따라 이 내정자의 이 발언은 앞으로 국내 정치뿐 아니라 남북 관계에도 매우 중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내용이다.
홍 의원 입장에서는 이 내정자의 이념적 ‘실체’를 생방송으로 국민에게 알렸으니 나름대로 성공한 셈인데 재미있는 건 홍 의원은 이 내정자가 그간 주창해온 ‘내재적 접근법’을 따랐다는 점이다. 즉 홍 의원은 운동권 출신으로 불리는 이 내정자가 어떤 점을 왜 껄끄러워 하는지 잘 알고 있어 보였다.
반면 전 의원의 질문은 어투는 매서웠지만 내용은 빈약했다. 전 의원은 이 내정자의 논문 내용 일부를 인용하며 그의 사상적 편향성을 언급했지만 상대방에게 답변할 기회조차 거의 주지 않을 정도로 일방적인 공격으로 일관했다. 이 내정자는 “내게도 말할 시간 좀 달라”며 여유를 보였다.
과연 전 의원은 청문회의 본래 의도처럼 야당 입장에서 장관 내정자의 부적절함을 국민 앞에 잘 드러내보인 것일까. 국무위원 인사청문회가 의원 개인의 기자회견이 아닌 바에야 야당 청문위원들에게 필요한 것은 역설적으로 이 내정자의 ‘내재적 접근법’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