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레마 빠진 남경필

"날치기 안하겠다" 약속 불구 여야 합의 진전 없어 속앓이
"빨리 끝내야" 당내압력 부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둘러싼 대치가 장기화되면서 여야 간 협상을 중시해온 남경필(사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장이 딜레마에 빠졌다. 강행처리를 시도한다면 '해머 국회''폭력 국회'라는 오명이, 계속 타협을 시도한다면 빨리 처리해야 한다는 압력이 따르기 때문이다. 남 위원장은 3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야당이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은 정말 가슴이 찢어지는 상황이지만 조금 더 대화하고 참겠다"며 "여야 간 대화를 마지막까지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오늘 안에는 외통위를 열지 않겠다"고 약속하며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에 외통위 회의실 점거를 풀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한미 FTA 비준안의 조속한 처리를 요구하는 당내 압력은 점차 거세지고 있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김장수 최고위원은 "계속 이런 상태(야당의 회의장 점거)로 간다면 국익을 위해 물리력 행사도 불사할 수밖에 없지 않겠냐고 생각한다"며 한미 FTA 비준안 처리를 촉구했다. 야당의 공세도 계속되고 있다. 민주당은 주요20개국(G20) 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에게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만나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 재협상에 대한 확답을 받아오라고 요구하며 회의실 점거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따라 강행처리와 여야합의 사이에서 남 위원장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남 위원장은 그동안 물리력을 동원한 비준안 처리는 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내세우며 여야정 협의체, 끝장토론 등을 진행했지만 여야 간 합의는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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