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이빗슨 '지하철' 시리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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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저녁으로는 아직은 쌀쌀하지만 누구나 이제는 완연한 봄을 느낄 수 있다. 많은 갤러리들이 이 달 들어 다양한 전시회를 올리고 있다.
100여개의 화랑이 모여있는 인사동에 붙어있는 플래카드와 포스터들에서 그 활기를 느낄 수 있다. 그런 가운데 전통 다큐멘터리 사진과 우리 전통의 한지가 활용된 사진전이 관심을 끈다.
서울 청담동의 사진 전문갤러리 뤼미에르에서 이 달 초부터 전시되고 있는 브루스 데이빗슨의 대표작 ‘지하철’시리즈와 강남 신사동 표화랑에서 24일부터 시작되는 이정진의 개인전 ‘씽(Thing, 사물)’시리즈다.
데이빗슨은 뉴욕에서 활동하는 다큐멘터리 사진작가로 작품 특징은 다큐답지 않은 섬세한 감성과 감각적 색채다.
관람객들은 데이빗슨의 작품들과 함께 25년전 지하세계로 시간여행을 떠난다. 이미 역사가 되어버린 사진들을 통해 과거와 조우하며 현재의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볼 수 있는 것.
“사람들로 가득 찬 지하철 안에서 중심을 잡으려고 전철 기둥을 꽉 쥐어 잡은 주먹들, 마치 사슴이 놀란 듯 호기심 많은 눈으로 뚫어지게 카메라 렌즈를 바라보고 있는 털코트를 입은 중년의 여인, 해질 무렵 멀리 지하철 선로가 보이는 지하철 야외 플랫폼 위에 도전적인 모습으로 서 있는 5명의 불량배 등.”
이번 지하철시리즈는 지난해 뉴욕 지하철 100년을 기념하기 위해 뉴욕미술관이 기획한 전시로, 그 중 일부 작품을 국내에 선보이는 것이다. 이 전시는 5월10일까지 계속된다. (02)517-2134
이정진은 한지에 사진을 인화하는 표현방법으로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 서양의 전통장르에 동양의 소재를 접목해 독특한 질감과 이미지를 추구하는데 성공했다. 이번 사진전에서 선보이는 ‘Thing’시리즈는 100호 이상 대형한지에 인화한 신작이다.
바다 풍경 등의 한지사진으로 호평을 얻었던 그는 이번 신작에서 흰 여백을 드러내는 한지 위에 풍경대신 가위, 토기, 조개 등을 클로즈업, 일상의 익숙한 대상으로 낯설고 비현실적인 이미지를 표현했다.
그의 작품은 매끄러운 일반 인화지의 사진과 달리 독특한 질감을 지닌다. 피사체의 색이 스며든 듯 깊이 있는 색감과 이미지가 사진이라기보다 회화나 드로잉에 가깝다.
작가에게 카메라는 자신을 비추는 거울이고 사진 속의 대상들은 그의 자화상이 되는 것이다. 이 전시는 21일까지 열린다. (02)543-73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