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조사관 첫 증언 판결, 2심서 파기

고법“양형조건 살펴볼 때 1심형은 너무 가볍다”

양형조사관이 낸 조사보고서를 참고해 선고한 1심 재판 결과가 고법 항소심에서 양형부당을 이유로 파기됐다. 이 사건은 1심 재판 과정에서 법원 양형조사관이 처음으로 법정에서 증언해 관심을 모았다.

서울고법 형사2부(김상철 부장판사)는 술에 취한 아버지를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양모 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한 1심을 깨고 징역 5년을 선고했다고 29일 밝혔다.

재판부는 "양씨가 평소에 상습적으로 폭력을 휘둘렀고 사건 당시 술에 취해 반항능력이 없는 아버지의 전신을 주먹과 발로 마구 때렸으며 코피를 많이 흘려 몸을 가누지 못한 상태를 그대로 방치했다”며 “제반 양형 조건에 비춰볼 때 1심이 선고한 징역 4년형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고 설명했다.

양씨는 올해 3월 술에 취한 아버지가 술과 담배를 사오라고 하자 말다툼을 벌이다 아버지의 얼굴과 머리 등을 여러 차례 때려 결국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1심에서는 법원 소속 양형조사관이 증인으로 출석해 양씨의 주거 환경이나 평소 행동, 주변 인물의 평가 등에 대해 진술했고 그가 작성한 양형 조사 보고서가 증거로 제출됐다. 당시 재판은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됐으며 배심원 전원이 유죄 평결을 내렸다.

양형이란 법이 정한 감경 또는 가중 요소를 감안해 피고인에게 선고할 실제 형량을 정하는 것으로, 대법원은 법원조직법과 형사소송법 등에 따라 작년 7월 양형 인자를 파악할 조사관 21명을 선발ㆍ교육하고 전국 7개 법원에 배치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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