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 드라마가 등장하기 전 TV를 틀면 평화롭고 일반적인 가정이 드라마의 배경으로 설정되곤 했었다. 앞치마를 두른 엄마가 저녁을 준비하고 아빠는 시간에 맞춰 퇴근하는 식이다. 이런 가정의 모습은 과연 전형적일까. 영화 '똥파리'는 어쩌면 우리 주변에 많이 있을지도 모르는 폭력가정의 모습을 통해 '가족'이라는 구조를 치열하게 그리고 직설적으로 파고든다.
떼인 돈 받아내는 게 직업인 용역깡패 상훈에겐 아버지와 배다른 누나, 그리고 그 누나의 아들이 가족의 전부다. 집안에서 폭력을 일삼던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휘두른 칼에 여동생이 대신 찔려 죽었고, 여동생이 있는 병원에 가다가 어머니도 교통사고로 죽었기 때문이다. 상훈은 자신이 아버지를 막지 못해 여동생과 어머니를 잃었다는 죄책감을 갖고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그렇게 싫어했던 폭력을 타인에게 휘두르며 폭력을 '대물림' 받은 채 살아간다.
영화는 '욕으로 시작해서 욕으로 끝난다.'는 세간의 평가처럼 폭력과 육두문자로 점철돼있다. 하지만 객석에선 웃음이 끊이지 않고 마지막까지 폭력 속에 숨은 따뜻함을 잃지 않는다. 영화의 주연이자 시나리오와 연출까지 맡은 양익준 감독은 "영화 속에 등장하는 똥파리들은 사회에서 내몰린 사람들"이라며 "그들의 폭력은 정상적인 언어를 배우지 못해 나온 서툰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비(非)전형적인 가정에서 가족의 사랑이 아닌 '폭력'을 배우며 자란 똥파리들. 그들은 핏줄로 구성된 가족이 아닌 '연대'로 엮인 새로운 유형의 가족으로 희망을 제시한다.
똥파리는 사실 아무 짝에도 쓸모 없고 귀찮은 존재다. 존재 자체만으로도 짜증 나고, 기껏 만들어 놓은 음식에 들러 붙을 땐 화가 치솟아 파리채를 휘두르게 된다. 그런데 다른 사람도 아닌 가족이 똥파리 같다면 파리채를 휘두른다고 해결되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터질 듯 하지만 폭발하지 않고, 유쾌하지만 가슴이 먹먹해지는 '가족영화' 똥파리는 폭력에 대해 파리채를 휘두르는 대신 진한 여운과 울림을 남긴다. 16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