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2~3년 안에 미국발 경제위기가 올 수 있는데 한국은 이를 극복할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있다”는 경제학자들의 진단이 나왔다. 외환위기 10년을 맞아 한국경제학회 주최로 열린 세미나에서 경제학자들은 “한국 경제에 새로운 위기가 닥친다면 그 위기의 진원지는 미국과 동아시아가 될 것”이라며 또 다른 외환(外患)을 우려했다.
이들은 또 “한국 경제에 외환위기가 일어날 가능성이 낮다고 하기에는 금융과 실물경제에 누적된 위험요소가 많다”며 체질개선을 위한 대책마련을 서두를 것도 주문했다.
위기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미국의 무역적자로 인한 글로벌 불균형이 꼽히고 있다. 미국은 경상수지 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3% 이내에서 유지돼야 하는데 이 같은 안정기조가 이미 깨졌다는 것이다. 지난 2000년 이후 미국은 무역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내년에는 GDP의 8%나 되는 1조달러에 달하고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미 무역적자 확대는 달러약세와 미국의 금리인상을 부추길 가능성이 높고 이는 금융시장 불안으로 이어져 미국은 물론 동남아 등 세계 주식시장과 주택 등 자산시장의 붕괴를 초래할 것이라는 게 경제학자들의 분석이다.
최근 미국의 금리인상 전망으로 미국을 비롯한 세계 증시가 불안한 움직임을 보이는 것을 볼 때 경제학자들의 이 같은 경고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내적으로도 위기요인은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외환보유액이 2,500억달러를 넘었다고는 하지만 단기외채가 급증하고 있고 국가채무도 GDP의 37%를 넘었다. 재정적자와 국가채무가 늘어 다시 위기가 찾아오면 97년 외환위기 때처럼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펴기도 어렵게 됐다.
금융시장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과잉 유동성 속에 가계부채가 급증하고 있다. 기업투자가 위축돼 성장동력도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거세지는 외풍에 맞서려면 지금이라도 우리 경제의 내실을 다지는 데 힘써야 한다. 정부 지출과 규제를 줄여 시장기능을 활성화하고 민간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 어떤 이유로든 두번 다시 외환위기를 겪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