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한국에 대한 통상압력이 거세지고 있다. 한국산 가정용 세탁기와 유정용 강관·전기강판 제품에 덤핑 관세를 부과하거나 한국 측이 요구한 분쟁패널 설치를 거부하고 나섰다. 더욱이 한국 정부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참여를 검토한다는 소식이 알려진 후부터는 자동차와 쇠고기·금융시장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인 개방압력이 가해지고 있다.
미국의 잇따른 통상압력은 결코 예사롭게 볼 사안이 아니다. 한국의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와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올해 흑자규모가 690억달러에 이르러 사상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대미 수출을 통해서만 190억달러 이상의 흑자를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더욱이 미국은 한국산 부품을 가공한 중국 제품의 수입까지 감안할 경우 한국이 올리는 실질 부가가치는 훨씬 많다며 통상압력의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환율절상 압력과 늘어만 가는 외환보유액의 관리비용도 문제다. 통상과 환율 압박이 동시에 펼쳐질 경우 소규모 개방체제인 한국 경제는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 3저 반짝 호황에 따른 대미 흑자 끝에 집중적인 통상압력과 환율절상을 강요받아 경상수지가 적자로 돌아서고 누적된 적자가 결국은 외환위기를 불렀던 1980년대 후반~1990년대 초중반 상황의 초입과 비슷한 흐름에 들어서고 있는 셈이다.
대응방법은 기업의 품질 경쟁력 향상 노력과 동시에 과도한 흑자를 적절한 수준으로 관리하는 수밖에 없다. 언제까지 한국은행이 흑자를 떠안아 외환보유액을 늘리고 적정환율을 유지할 수도 없는 처지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흑자 유지를 위한 환율개입이 불필요하고 바람직하지도 않다는 보고서를 최근 내놓았다. 국민계정상으로 국내총생산(GDP)의 해외저축에 해당되는 경상수지 흑자의 상당액을 내수로 돌리기 위한 서비스산업 육성과 일자리 창출 노력이 필요하다. 바로 지금이 현오석 부총리가 언급했던 경상수지 관리에 나설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