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는 sammy… 100弗 더 주더라도 삼성 TV 살 것"

[그래도 수출이 힘이다] 2부 희망이 보인다 <3> 美안방 점령한 한국TV
北美점유율 삼성 24% 압도적 1위·LG 7.6%로 5위권 진입
삼성·LG, 작년 매출 100억弗 넘어 "3대중 1대는 한국제품"
품질·디자인등 앞세워 'TV왕국'이었던 日 제치고 시장 주도

삼성전자와 LG전자의 TV가 미국 안방을 점령하고 있다. 북미시장에서 판매되는 TV 3대 중 1대는 우리 기업의 제품이다. 뉴욕 타임스스퀘어에 삼성 광고판이 우뚝 서 있다.


"최고는 역시 새미(sammyㆍ삼성의 애칭)죠." 뉴욕 맨해튼에서 30분 거리에 위치한 뉴저지주 파라무스 소재 베스트바이 매장. 이곳 직원인 에디 이아즈는 '어떤 TV가 가장 잘 팔리냐'는 질문에 주저 없이 '새미'라고 답했다. 그에 따르면 이 매장에서는 하루에 평균 18대의 TV가 팔리는데 11대가 삼성 제품이다. 다른 직원인 소토 가베는 "베스트바이에서 특별히 추천하는 브랜드는 없다"며 "고객들이 개인 판단에 따라 삼성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고 거들었다. 미국은 첨단제품의 진검 승부가 벌어지는 대표적인 시장이다. 미국에서 잘 팔리는 제품은 시간이 좀 지나면 전세계 대부분 지역에서 잘 팔린다. 이런 미국시장에서 삼성전자 TV는 점유율 1위에 올라 있다.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북미 TV시장에서 삼성전자는 금액기준 점유율 24%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미국인 4명 중 1명은 삼성 TV를 산 셈이다. 2위는 일본의 소니로 16.5%의 점유율에 그쳤다. 비지오와 샤프는 각각 8.4%와 8.2%로 3~4위를 차지했다. LG전자는 북미시장에서 7.6%의 점유율로 톱5 안에 처음 이름을 올리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시장 진출 4년 만의 쾌거다. 올 초에는 북미 TV시장 3위에 올랐다는 집계가 속속 나오고 있다. 세계적인 가전업체들이 가장 극심한 경쟁을 벌이는 LCD TV 분야만 따로 놓고 보면 우리 업체들의 실적은 대단하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북미에서 23.5%의 점유율로 소니(20.3%)와 샤프(10.2%), 비지오(8.7%) 등을 따돌렸다. LG전자는 이 분야에서도 7.6%로 톱5에 등장, 국내 업체 2곳이 당분간 북미를 장악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삼성과 LG는 북미에서 TV 판매로만 총 100억달러가 넘는 돈을 벌어들였다(매출 합계 100억1,100만달러). 소니와 샤프 등 일본 양대 TV업체가 총 77억9,300만달러의 매출에 그친 것과 대조적이다. 'TV 왕국'이었던 일본을 제치고 한국이 세계 TV시장을 주도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우선 품질과 디자인이라는 기본기다. 여기에 브라운관 TV 시대에서 LCD TV 시대로 넘어가는 변혁기를 놓치지 않고 흐름을 이끌어간 순발력이 있었기 때문에 일본을 추월할 수 있었다. 삼성은 우선 TV의 주요 부품인 LCD 패널과 반도체 등 여타 전자부품에서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다. 화질 등에서 앞설 수밖에 없다. 기술이 앞서니 두께도 줄일 수 있고 무게도 가볍게 만들 수 있다. 우수한 디자인의 기본조건이 갖춰지는 단계로 자연 연결된다. 특히 지난해 출시한 투명한 보석 느낌의 크리스털 로즈 디자인은 미국시장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 앞서 와인잔을 연상하게 하는 보르도 시리즈는 삼성 TV를 세계 최고 제품으로 끌어올린 1등 공신이다. 또 마케팅 능력도 일조했다. 전략적 광고 및 홍보와 유통 채널과의 긴밀한 협조, 특히 삼성이 자랑하는 공급망 관리(SCM) 시스템 등이 유기적으로 작동한 것이다. LG의 약진에도 비결이 따로 없다. 세계 최고 수준인 LG디스플레이(LCD 패널 세계 2위)와 힘을 합친 품질, 또 '디자인 경영'에서 나온 우수한 제품 디자인이 주요인으로 꼽힌다. 현지화 전략도 작동하고 있다. 추종석 삼성전자 북미법인 상무는 "미국인들의 눈동자가 동양인보다 밝아 다소 온화하고 덜 자극적인 색상을 선호한다"며 "미국 수출용 제품은 색감이 미세하게 다르게 구현돼 있다"고 귀띔했다. 대표 전자제품인 TV에서의 선전은 전체 브랜드 강화로 이어진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브랜드 가치는 176억9,000만달러로 세계 21위에 올라 있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TFC 조사에서는 '100달러를 더 주고서라도 삼성 LCD TV를 사겠다'는 소비자가 82.6%에 달했다. 삼성의 과제는 미국 중장년층 뇌리에 아직 강하게 남아 있는 일본 소니의 브랜드 선호도를 능가하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전략제품인 LED TV를 통해 북미에서 TV 1위 자리를 더욱 강화, 소니의 이름을 미국 소비자들에게서 아예 지운다는 구상이다. 현지 시장에서는 벌써부터 삼성 LED TV에 대해 'stupid thin(말도 안 되게 얇다)'이라는 표현을 쓰기 시작했으며 "삼성 LED를 보고 나니 다른 LCD 모델들은 'dog poo(개똥)' 같더라"는 우스갯소리가 나돈다. TV 메이커로서 LG전자도 북미에서 이제 막 프리미엄 브랜드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이 회사는 급성장세를 몰아 이르면 올해, 늦어도 오는 2010년에는 소니를 누르고 TV 2위에 오른다는 전략이다. 황재일 LG전자 북미법인 부사장은 "LG 독자 브랜드로 미국시장에 진출한 건 2004년이어서 이곳에서는 후발주자"라면서도 "내년에 15%의 판매점유율을 달성해 톱 브랜드 지위를 굳힐 것"이라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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