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개성공단서 희망을 본다

정민정 기자<정보산업부>

올해 중소벤처업계는 유례없이 힘겨운 한 해를 보내야만 했다. 끝도 없이 추락하는 경기침체에 원자재난ㆍ환율급락ㆍ자금난과 전쟁을 치러야 했고 설상가상으로 단체수계도 2년 유예 후 전면 폐지로 가닥을 잡으면서 기댈 언덕마저 잃게 됐다. 이런 가운데 연말에 들려온 ‘개성발(發) 소식’은 한줄기 희망의 빛을 던져준다. 지난 15일 개성공단 시범단지 입주기업 중 리빙아트가 처음으로 ‘메이드 인 개성’ 제품을 생산함으로써 본격적인 남북경협의 단초를 마련해준 것. 28일 두번째로 개성에서 공장을 돌리게 된 반도체 용기 부품업체인 에스제이테크 유창근 사장은 “개성공단 시범단지 입주업체로 지정되고 지난 6개월이 6년인 듯 긴 터널을 빠져나온 느낌”이라는 말로 감격을 표현했다. 실로 길고 긴 인고의 세월을 넘어서서 이제 겨우 첫 단추를 끼게 된 셈이다. 그러나 시내 유명 백화점에서 개성산 냄비가 팔리고 남북 근로자들이 한곳에서 일하게 됐다는 감격을 잠시 접어두고 살펴봐야 할 것이 있다. 그 감격을 후손들도 누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남북간 신뢰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이다. 유 사장은 “제가 개성공단에 공장을 세운다고 하니까 북한 사람들이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더군요. 그동안 갖가지 합의서나 행사들은 많았어도 그것이 행동으로 옮겨진 사례가 적었다면서요. 노동력이 싸고 물류비가 적다는 이유만으로 개성에 들어온 것이 아닙니다. 10만개, 더 나아가 10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어 후손들에게 꿈을 심어주기 위해 온 겁니다.” 그래서인가. 에스제이테크 공장은 다른 입주업체들이 평당 100만원 정도 수준에서 지어진 것과는 달리 280만원이나 들여 완공됐다. 또 북한측 인력도 김책공업대학이나 김일성종합대학 출신들을 뽑아 연구개발 기지로 활용할 계획이다. 적게 투자해 최대한 많이 뽑아내겠다는 얄팍한 장삿속이 아니라 장기적인 비전을 제시해 진정한 신뢰를 구축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내년 을유년(乙酉年)은 ‘닭의 해’이다. 새벽에 힘차게 홰를 치며 우렁차게 우는 닭의 울음소리는 어둠을 가르며 새벽을 연다. 개성공단 1단계 사업이 본격 시작되면서 남북간 신뢰는 더더욱 중요하다. 닭의 해를 맞이해 밝게 솟아오르는 신년의 태양을 남북이 함께 희망찬 가슴으로 맞이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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