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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베링해에서 조업을 하다 침몰한 명태잡이 트롤선 '오룡501호'에 대해 선사인 사조산업 사고대책본부(본부장 임채옥 이사)가 "잡아 올린 명태가 바닷물과 함께 배수구 쪽으로 들어가다 배수구를 막아버리면서 물이 차오른 것으로 보고 있다"고 침몰 원인을 밝혔다. 그러나 실종 선원 가족들은 선사 측이 정확한 침몰 원인을 숨기려 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2일 오룡호 선사인 사조산업 임원들이 부산시 서구 남부민동 부산본부에 마련한 사고대책본부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실종 선원 가족들은 오룡501호가 낡아 사고가 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지난 1978년 11월 스페인에서 건조된 오룡호는 선령이 36년이다. 이 선박은 사조 측이 보유한 트롤선박 9척 중 평균치다. 모든 선박이 선령 30년을 넘긴 상태다. 이 배는 선사 측이 다른 노후선박을 대체하려고 2010년 인수했다.
실종 선원 가족은 "만든 지 40년가량 된, 외국에서도 쓰지 못하는 배를 사 와서 조업을 시킨 게 문제다. 이 선박의 구명정 등 안전점검도 형식적인 점검에 그쳤을 것"이라면서 안전점검 내역 등의 자료를 요구했다.
실종 선원 가족들은 선사 측의 무리한 욕심과 선박 개조로 인한 과적에 무게를 뒀다.
한 실종 선원 가족은 "사고 며칠 전 통화에서 목표 어획량을 채웠는데도 불구하고 선사에서 추가 물량을 채우라는 지시가 내려와 더 잡아야 한다고 들었다. 선사 측의 욕심만 아니었어도 이 같은 사고는 없었다"며 "출항 당시에는 국내 명태 가격이 바닥권이었지만 최근 명태 가격이 다시 올라가자 선사 측이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추가 물량을 지시하면서 선원들이 무리하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선사 측은 노후 선박을 들여오면서 명태 냉동장비 등을 넣으려고 개조했다. 정확한 설비 등의 개조 내역을 공개하라"며 개조에 따른 과적 의혹을 제기했다.
또 구조·수색작업이 지체된 경위와 구명장비 작동 여부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한 실종 선원 가족은 "배가 침수되기 시작하고 나서 침몰할 때까지 4시간가량의 여유가 있었는데 구명정 1정만 탈출한 것은 선사에서 퇴선명령을 늦게 내렸기 때문"이라며 "위기상황에서 선사가 재빠른 퇴선명령을 내려줘야 하지만 선사 측은 사고가 나자 자신들의 책임은 회피하고 선장의 몫으로만 돌리고 있다"고 성토했다.
그는 "침수상황이 되면 인근에서 구조할 수 있는 선박을 우선 이동시켜 선원을 구해야 하는데 늦장 대응했다"고 지적했다.
이날 사고대책본부는 이 부분에 대해 오룡501호 선원들이 침수가 시작되고 나서 자체적으로 펌프를 통해 2시간가량 물을 빼냈지만 결국 침몰됐다고 밝혔다. 본부는 기울던 본선이 물을 빼내자 복원됐지만 갑자기 기울어졌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선원 가족은 "구명 뗏목이 한 개만 작동한 것이 아닌가. 4시간이나 여유가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다른 선원들이 구명 뗏목을 타지 못할 이유가 없다"며 "제대로 점검도 안 하고 출항한 것이 아니냐"고 거세게 항의했다. 실제 오룡501호는 올해 2월 출항해 조업을 하고 돌아온 지 열흘 만에 또다시 사고 해역으로 출항했다가 이 같은 변을 당했다.
실종 선원 가족들은 "귀항한 뒤 배를 수리해야 한다는 이유로 가족의 품으로 돌아온 선원들의 얼굴을 제대로 본 적이 없다"며 "러시아 해역으로 출항하기 전에 수리만 급히 하고 안전검사도 받지 않았을 것"이라며 억울해 했다.
이에 대해 사고대책본부는 "퇴선명령은 기상상황 등을 토대로 현장에 있는 선장이 판단한다"면서 "사고 직후 다른 배들을 사고해역으로 보내려 했으나 30~40마일 떨어져 있어 제시간에 갈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나머지 의혹에 대해서는 추후 브리핑을 통해 밝히겠다"고 덧붙였다.
전날 러시아 베링해에서 침몰한 1,753톤급 명태잡이 트롤선 오룡501호에 대한 수색이 이날도 실시됐지만 추가 구조 소식은 아직 없는 상태다. 높은 파도와 풍속으로 구조활동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3일에는 러시아 정찰기까지 동원돼 수색을 벌일 계획이다.
이 선박에는 한국 선원 11명, 러시아 감독관 1명, 필리핀 선원 13명, 인도네시아 선원 35명 등 총 60명이 타고 있었다. 이 가운데 7명이 구조됐고 한국인 선원 1명이 사망했다. 사망자의 신원은 정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다.
오룡501호는 최근 몇 년 사이 우리 동해안에서 사라진 명태를 잡기 위해 7월 부산 감천항을 떠나 내년 1월10일에 귀항할 예정이었다. 사고 당시 해역에는 명태와 대구를 잡는 한국 어선 7척이 조업을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