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을 돌아본다. 전국은 붉은 물결의 도가니였다. 거리마다 축제였고 함성이었다. 온 국민은 축구로 하나가 됐다. 그리고 우물안 개구리 격이었던 한국 축구가 세계 4강으로 욱일승천(旭日昇天)하는 모습을 생생하게 지켜봤다.
거스 히딩크 감독은 그 감동의 한 가운데에 서 있던 명장이다.
이젠 지겨워질만도 됐건만 굳이 히딩크 감독얘기를 또 꺼낸 이유는 그에 버금가는 지도자가 꼭 필요한 곳이 있기 때문이다.
새 정부가 제1의 과제로 내세우며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동북아 경제 중심국가 태스크포스 팀장이다. 청와대는 이 과제를 지휘할 팀장(1급)을 물색중이다. 덩달아 누구누구가 팀장에 임명될 것이란 추측도 무성하다.
그런데 애석하게도 거론되는 인사들 가운데서는 히딩크와 같이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할만한 적임자가 눈에 안 띈다. 이 사람들의 능력을 비하하려는 뜻은 절대 아니다. 언제든 발호할 수 있는 지역이기주의를 염려해서다.
반드시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팀장이 한국인인 이상 경제특구을 유치하려는 각 지역의 요구와 밥그릇을 놓지 않으려는 정부 부처들의 쟁탈전에 휘말릴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봐야한다.
이 때문에 동북아 팀장만큼은 맡은 일에만 매달릴 수 있는 외국전문가를 발탁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의지만 있으면 아일랜드, 홍콩, 싱가포르, 중국 푸동등의 외자유치, 특구 개발을 주도했던 전문가들을 찾는 일이 어렵지만은 않을터다.
히딩크가 보여준 리더십의 요체는 원칙과 일관성, 출신성분, 학연과 지연에 얽매이지 않은 선수기용이다. 동북아 팀장은 국회가 뭐라해도 지방자치단체가 뭐라해도 흔들림없이 비전을 밀어붙일 수 있는 히딩크 같은, 그런 사람이라야 한다.
2.27 조각을 시작으로 새 정부의 인사는 거의 마무리 단계다. 동북아 태스크포스팀장낙점이 몇 남지 않은 새 정부 인사의 화룡점정이 되길 기대한다.
<박동석기자(정치부) everest@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