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와 대기업들의 내핍ㆍ긴축경영으로 중소기업들의 주름살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생산과 매출이 급격히 줄어든 것은 물론 돈 구하기도 갈수록 힘들어져 사채시장에서 급전을 융통하는 기업들이 날로 늘고 있다. 여기에 대기업들이 경비를 줄이기 위해 단가 인하압력을 가하고 있어 하청 중소업체들은 말그대로 사면초가에 놓여 있다. 특히 중소 통신장비ㆍ네트워크 관련 업종들은 고사직전에 몰려 있다.
9일 관련업계와 금융계에 따르면 기업은행이 집계한 지난 1월 중소제조업 생산지수는 92.6(95년 100기준)으로 작년 2월(85.3)이후 11개월 만에 최저수준으로 떨어지며 4개월 연속 하락했다. 내수위축과 투자부진이 중소기업의 생산활동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얘기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이런 추세라면 2월 생산지수는 지난 2000년 수준에도 못 미치는 80대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생산과 매출이 줄다 보니 자금사정도 급격히 나빠지고 있다. 중소기업의 은행대출이 지난 1,2월 8조5,000억원이나 늘어난 것이 이를 입증한다. 이는 대기업들이 같은 기간 대출금을 2,500억원 가량 줄인 것과 대조적이다. 그러나 은행에서 돈을 꿀 수 있는 기업들은 그래도 사정이 나은 편이다. 두루넷의 부도 이후 은행들이 통신ㆍ컴퓨터ㆍ섬유ㆍ가구 등의 불황업체들을 `요주의대상`으로 특별 관리함으로써 자금조달은 더욱 힘들어졌다. 일부 은행은 이들 업종의 대출한도를 30%씩 축소했으며 대출심사도 매우 까다롭게 해 중소기업들은 설상가상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들이 발행한 어음의 할인율도 크게 뛰고 있다. 코스닥 등록업체 의 평균 어음할인금리는 지난 달 월 1.27%로 작년 12월의 1.13%에 비해 불과 두달새 0.14%포인트나 뛰었다.
대기업의 긴축경영도 중소기업 경영난을 가중시키고 있다. 자동차부품업체인 A사 P대표는 “7년째 납품해온 대기업이 이달 초부터 부품단가를 5% 깎자며 협조를 구해와 울며 겨자 먹기로 응했다“고 말했다.
<최원정,조의준기자 joyjune@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