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디트로이트가 파산한 이유


자치단체의 재정 위험성은 강도와 지속성 면에서 재정압박에서 재정고통으로, 다시 재정파산으로 진화한다. 재정압박은 현금 흐름의 건전성이 일시적으로 저하되는 현상이고 재정고통은 재정압박을 거쳐 구조적으로 장기적 위험 노출이며 재정파산은 채무상환능력을 상실하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이러한 지방자치단체 파산 및 회생 절차를 담은 '연방파산법 9장(챕터 9)'을 1934년에 제정하게 된다. 올 7월에 재정파산된 미국 디트로이트시는 부채 규모에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는 점에서 국내외의 주목을 끌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디트로이트시의 파산에 대한 진단과 처방이 국내와 해외 보도의 관점이 사뭇 다르다는 점이다.

국내의 보도는 주로 퍼주기식의 복지정책에 그 원인을 두나 해외에서는 시정개혁 실패와 기업의 혁신 실패에 그 원인을 찾고 있다.

비단 디트로이트시만의 사례가 아니다. 2007년도 일본 유바리시의 재정파산 역시 외래 관광객 수요 예측의 실패로 인한 무리한 재정 투자 및 운영에 있지 복지정책에서 비롯된 게 아니었다.

복지보다 무리한 개발투자가 주요인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한때 가장 잘나갔던 경기도의 재정위기 역시 광교를 개발하면서 수요 예측을 실패한 데 있지 복지 지출 확대에 의한 것이 아니다. 서울시와 새누리당과의 무상급식 논쟁 역시 복지정책 외 각종 개발정책의 실제적인 세출 권한을 쥔 중앙정부 및 국회의 책임이 보다 크다. 즉 수요 예측에 실패한 뉴타운 정책과 수많은 개발정책이 서울시 재정운영의 빨간불인 재정압박 상태를 불러일으켰다.

병을 고치려면 진단이 정확해야 한다. 디트로이트시의 사례도 그렇고 우리나라의 지방자치단체 재정위기도 퍼주기 식의 복지정책이 그 원인이라기보다는 사회간접자본에 관한 재정투융자심사를 국회ㆍ중앙정부ㆍ자치단체 모두가 제대로 실시하지 않은 데 있다. 수치상으로도 극명하게 드러나지만 자치단체의 책임보다 중앙정부의 책임이 훨씬 크다. 2011년도 기준으로 정부 부채는 774조원, 공기업 부채는 463조원, 지방정부 부채는 18조원 등으로 대한민국의 총부채 규모는 약 1,255조원에 달해 이미 한 해 국가예산의 약 3배에 육박한다. 더욱 심각한 사실은 금융투자업계와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2년도 6월 말 기준으로 정부ㆍ기업ㆍ가계의 부채 합계는 2,962조원으로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233.8%에 달한다는 것이다.

국내 SOC도 엄격 심사로 파탄 피해야

이렇게 막대한 부채의 대부분이 중앙정부와 정부투자 공기업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벌인 토목 개발과 주택사업에 의해 발생했다는 점은 자명하다. 그 결과 국내총생산에서 건설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내수산업의 50% 혹은 국내총생산의 15% 정도에 이를 만큼 기형적인 경제 구조를 만든 것도 중앙정부와 국회의 책임이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과다한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투자와 그 유지비용으로 후손에게 막대한 부채를 떠넘길 뿐만 아니라 신산업 육성에 투자 여력이 없어져 청년들의 일자리 창출은 더욱 어려워지며 복지 수준도 낮아질 수밖에 없어 미래 대한민국의 성장동력을 찾기 힘들다는 것이다.

따라서 차라리 재정 회생을 위해 파산을 신청한 디트로이트시나 유바리시가 우리보다 낫다. 우리의 자치단체는 재정파산제도가 없으니 당연히 회생절차도 없다. 국회ㆍ정부ㆍ전문가들이 현재 지방재정 문제에 대해 제대로 진단을 못하는 것인지 아니면 하지 않는 것인지 참으로 안타까울 따름이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