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펀드 주식과 채권 섞으니 수익률 '쏠쏠'

증시 박스권 이어지고 각국 금리인하 맞물려
1년 수익률 채권혼합형이 주식형보다 높아
임금상승률 밑돈 상품은 117개로 30% 달해
가입후 놔두면 손해… 포트폴리오 자주 바꿔야


퇴직연금펀드에 자금이 몰리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 운용 중인 퇴직연금펀드의 30%가량이 임금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익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수익률이 천차만별인 퇴직연금펀드 가운데 채권과 주식에 함께 투자하는 채권혼합형펀드의 수익률이 오히려 주식형펀드에 비해 높은 것으로 나타나 눈길을 끌고 있다. 보다 공격적으로 운용하는 주식형의 수익률이 높을 것이라는 일반적인 상식과 반대되기 때문이다.

◇임금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한 퇴직연금펀드 117개=2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현재 운용 중인 416개 퇴직연금펀드 중 최근 1년간 수익률(3월30일 기준)이 지난해 임금상승률(2.5%) 이하인 상품이 117개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퇴직연금펀드 수익률이 임금상승률보다 못하다는 것은 과거 퇴직금 제도 아래 있을 때보다 근로자 입장에서 유리한 것이 없다는 의미다. 특히 최근 시중은행에서 출시되는 퇴직연금 관련 예금상품 금리도 연 2.5%의 이율이 적용되는 것을 고려하면 펀드의 장점이 사라진 것으로 볼 수 있다. 국민연금의 지난해 운용수익률은 5.25%였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퇴직연금펀드 수익률이 임금 상승률보다 낮으면 직접 퇴직연금을 운용하는 확정기여형 가입자의 경우 실질적으로 손해를 입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퇴직연금펀드의 수익률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투자 대상을 선택할 때 해당 펀드의 성격과 투자방법 등을 다양하게 검토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기대 이상의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펀드도 적지 않다. 임금상승률 이상의 수익률을 기록한 퇴직연금펀드 299개 중 운용수익률이 10%를 넘긴 상품은 38개. 이 가운데 국내외 채권혼합형펀드가 25개인 것으로 조사됐다. 채권혼합형펀드는 채권투자에 따른 이자로 기본 수익을 확보하고 나머지 40%를 주식에 투자해 추가 이익을 추구하는 상품이다.

◇해외 채권혼합형펀드 수익률 상위=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펀드는 해외 주식형펀드인 '하이천하제일중국본토자H[주식]C-P'로 1년간 수익률은 67.40%에 달했다. 하지만 수익률 상위 5개 펀드 중에서 절반 이상은 해외 채권혼합형펀드로 조사됐다. 해외 채권혼합형펀드 중 '이스트스프링퇴직연금차이나드래곤A Share40자[채혼]클래스C'의 최근 1년 수익률이 29.13%로 가장 좋았다. '동양퇴직연금차이나A주40 1[채혼]'은 25.71%, '삼성퇴직연금CHINA본토포커스40자 1[채혼]'은 25.58%를 기록했다.

국내 채권혼합형펀드는 해외 채권혼합형보다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낮았다. 국내 채권혼합형펀드 중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상품은 '동양퇴직연금중소형고배당40자 1(채혼)'으로 16.90%였다.

반면 국내 주식형펀드는 전반적으로 수익률이 높지 않았다. 특히 1년간 수익률이 마이너스였던 펀드 28개 중 국내 주식형펀드가 9개로 가장 비중이 컸다. 다만 국내 주식형펀드 가운데 배당주에 투자하는 펀드의 경우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KB퇴직연금배당자(주식)C'는 17.89%를 기록했으며 '신영퇴직연금배당주식자(주식)C형'도 11.05%의 수익을 올렸다.

리스크가 큰 주식형펀드가 수익이 날 때 더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최근 국내외 증시와 경제상황은 채권혼합형펀드의 수익률을 높이는 데 일조했다. 국내 증시의 경우 코스피지수가 1,800~2,000포인트 사이의 박스권에 갇히면서 주식형펀드가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였고 해외 증시도 최근 분위기가 살아나기는 했지만 전반적으로 널뛰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라는 것. 반면 채권은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 각국이 금리인하에 나서면서 오히려 채권수익률이 오른 것이 채권혼합형 펀드 수익률 상승으로 이어졌다. KB자산운용 관계자는 "세계 각국이 금리인하에 나서면서 채권 수익률이 크게 올랐다"며 "부침이 심했던 주식형보다 주식과 채권에 함께 투자하는 채권혼합형펀드의 수익률이 개선될 기회가 더 많았다"고 설명했다.

◇묵혀두면 손해…복수 펀드로 분산투자=향후 퇴직연금펀드를 선택할 때는 과거 수익률로만 선택해서는 안 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최근 국내외 경제상황이 크게 바뀌고 있어서다. 국내 코스피지수도 2,000선을 넘어 추가 상승을 시도하고 있고 미국과 유럽·중국·인도 등 주요국 증시 상황도 호전되고 있다. 따라서 퇴직연금펀드에 투자할 때도 자산배분전략을 잘 세워 포트폴리오 조정을 자주 해야 한다. 대형 자산운용사의 한 관계자는 "퇴직연금펀드에 투자할 때도 선진국과 신흥국, 국내와 해외, 주식형과 채권혼합형을 섞어 포트폴리오를 짤 필요가 있다"며 "펀드에 가입하고 묵혀두기만 하면 결국에는 물가상승률을 감안할 때 손해 보는 투자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