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과 일본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각각 2.0%로 동일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일본보다 낮아진 이후 성장률 역전이 위협받는 것은 처음이다.
돈을 풀어 경기를 부양한다는 일본의 양적 완화 정책이 어느 정도 효과를 발휘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본의 무역적자 규모가 더욱 커져 ‘아베노믹스’ 효과로 단정 짓기는 어렵다는 평가도 있다.
28일 금융투자업계와 한국은행, 한국무역협회 등에 따르면 작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전년 대비 2.0%로 일본의 최근 잠정치 2.0%와 같았다.
한국 경제성장률이 IMF 외환위기를 맞아 1998년 -5.7%를 기록할 당시 일본 경제성장률(-2.0)보다 낮은 것을 제외하면 그동안 한국 성장률은 일본을 계속 웃돌았다.
특히 기저효과로 1999년 한국 경제성장률은 10.7%로 치솟았고 일본은 -0.2%에 머물러 격차가 가장 컸다.
이후에도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계속 일본보다 높았고, 2003년 ‘카드 사태’ 당시 한국 2.8%, 일본 1.7%로 격차가 가장 작았다.
그러나 일본 경제성장률은 2011년 -0.7%에서 작년 1.9%로 올라가고 한국 성장률은 같은 기간에 3.6%에서 2.0%로 낮아지며 양국의 성장 폭이 좁혀졌다.
작년 글로벌 경기침체로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성장률은 크게 낮아진 반면 일본은 유동성공급 정책을 통해 마이너스 성장에서 탈출한 것이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일본이 엔저 정책을 공식화한 작년 9월 19일 달러당 엔화 환율은 78.38엔에 그쳤으나 이달 26일 현재 94.44엔으로 20.5%나 뛰었다. 같은 기간 달러당 원화 환율은 1,114.8원에서 1105.7원으로 0.8% 내렸다.
또 이 기간 일본 닛케이평균주가는 9,232.21에서 12,471.62로 35.1% 치솟았고 한국 코스피는 1,811.00에서 1,983.70으로 9.5% 상승하는 데 그쳤다.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은 일본보다는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아베노믹스 효과로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는 갈수록 하락하고 일본은 상승하는 추세다.
IMF는 올해 한국이 3.2% 성장하고 일본이 1.5%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추경 가능성이 제기되며 정부의 기존 성장률 전망치인 3.0%가 하향조정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반면 일본 성장률은 상향조정 가능성이 큰 상태다.
엔화 약세는 한국의 무역에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 한국과 일본은 경합도가 높은 품목이 많기 때문에 엔저로 인한 한국 기업들의 고전이 예상된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 일본 간의 경합도 높은 품목은 석유제품, 선박, 자동차 등이며 최근 들어서는 금속, 화학, 기계류의 경합도 역시 많이 올라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작년 일본 무역적자 규모는 더욱 커져 아베노믹스 효과를 단정 짓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작년 일본의 수출 규모는 63조7,446억 엔, 수입 규모는 70조6,720억 엔으로 무역수지는 6조9,274억 엔 적자를 보였다. 전년의 3조1,509억 엔 무역적자보다 두 배 이상이다.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연구원 “일본 경제가 다시 ‘슈퍼파워’가 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며 “성장률이 세계경제 성장률보다 높게 나와야 위상이 좋아질 테지만 그렇지 못한데다 인구가 감소하면서 갈수록 고령화 사회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