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 포커스] 수술대 오른 신용카드 연회비

"선진국 대비 연회비 낮아"… 고객 반발 감안 점진인상 추진
카드사 수익 비중 2~3% 불과… 가맹점 수수료로 메우는 상태


금융당국이 국내 신용카드 연회비가 지나치게 낮다고 보고 이에 대한 대대적인 개편작업에 나선다.

금융당국의 한 고위관계자는 15일 "카드사들이 고객유치를 위해 연회비는 낮게 하고 가맹점 수수료 등을 높게 받는 경향이 있다"며 "시장구조가 왜곡돼 있는 만큼 국내 신용카드의 기본 연회비 부분을 내년에 들여다보겠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최근 비자와 마스터카드 같은 해외겸용 신용카드의 연회비 부분을 봤으니 국내도 따져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도 국내 신용카드 연회비가 지나치게 낮게 책정돼 있다고 보고 있다. 보통 국내전용은 연회비가 5,000원이고 해외겸용은 1만원 수준이다. 하지만 카드사 수입 중 연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2~3%에 불과하다. 카드업계의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연회비가 상대적으로 낮게 책정돼 있어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하다"고 설명했다.

미국 같은 경우 카드 연회비가 약 20달러(2만1,000원) 수준이다. 게다가 카드사가 고객에게 받는 각종 기본 수수료가 많다.

카드결제를 위한 계좌개설 수수료를 카드사에 별도로 줘야 하고 카드거래 유지수수료, 현금서비스 사용 시 이자 외에 이용수수료도 따로 내야 한다. 또 미국에서 할부를 하려면 사실상 리볼빙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 돼 고금리의 이자를 물어야 한다. 국내 카드사들은 이런 기본수입이 적 다 보니 가맹점 수수료를 많이 받아 수익을 메우는 상태다.

금융감독원의 한 관계자는 "금융사 입장에서는 비용을 전가하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중소 가맹점 등에 이런 비용부담을 지우는 것"이라며 "국내 카드사들의 연회비가 낮은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당국이 연회비 수술작업에 들어가면 고객들의 연회비가 인상될 가능성이 있다. 실제 신용카드 이용의 가장 큰 혜택은 결제를 다음달에 할 수 있다는 것이고 이는 수익자부담 원칙에 따라 고객이 지는 게 맞다. 당국도 이 같은 점은 잘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인상작업은 고객들의 반발을 감안해 신중히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1년 금융당국이 1만원 이하 소액결제시 신용카드 결제를 거부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했다가 역풍을 맞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도 "구조적인 문제가 있지만 차근차근 해결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금융당국은 국내회원이 해외결제를 하지 않음에도 비자·마스터카드 등 국제브랜드 카드에 막대한 연회비를 내는 관행을 뜯어고치기로 했다. 연내 관련 표준약관을 개정해 6개월간의 유예기간을 거친 뒤 내년 하반기부터 '수수료정률제'를 실시한다. 이를 통해 현재 5,000~1만원 수준인 국제브랜드 카드 연회비가 평균 50%가량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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