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의 '막말' 수준이 도를 넘고 있다. 최근 법정에서 39세 판사가 자신보다 서른 살이나 많은 69세의 원고에게 "버릇없다"고 말한 것은 사실 애교 수준이다. 국가인권위원회에 접수된 검찰이 피의자에게 던지는 말들은 '언어폭력' 수준에 이르고 있고 시위현장에서 이익단체들이 국가원수를 향해 외치는 구호를 들어보면 막말을 넘어 섬뜩하기까지 하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막말 권하는 사회현상'에 대해 상대방에 대한 존중이 없는 소통방식에서 비롯되는 사회현상이라고 진단한다. ◇'막말 문화'는 권위주의의 잔재=국가인권위가 매년 발표하는 '인권상담 사례집'에 따르면 법원과 검찰의 폭언으로 인권을 유린당했다고 호소하는 사람들이 넘쳐나고 있다. 민원인들은 검찰 수사관이 조사할 때 "너 죽으려고 환장했어?" "뒈져라" "이 XX가 여기가 어딘 줄 알고…"와 같은 말에 참지 못할 모욕감을 느꼈다고 주장했다. 또 법원에 출석했다가 판사에게 "오늘 나한테 혼 좀 나야 해" "부도난 사람이 때깔은 좋다"라는 말을 들은 사례도 있었다. 행정기관의 권위주의도 막말로 이어졌다. 한 네티즌은 "최근 주민센터에 발급비용이 350원인 주민등록등본을 떼러 갔다가 1만원을 내자 담당직원이 '얼마? 만원? 아우 미치겠네'라고 말했다"며 서울시 민원포털사이트 '사이버다산'에 글을 남기며 분통을 터뜨렸다. 구청ㆍ소방서ㆍ경찰서 등 시민들과 접점에 있는 행정기관에서 불친절하고 거친 말투로 피해를 입었다는 글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국회는 막말의 요람=국회에서 의원들이 던지는 막말은 이제 일상화돼 버렸다. 국회에 출석한 국무위원들에게 "똑바로 해"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라고 던지는 말은 매우 점잖은 편에 속한다. 이에 대응하는 총리나 장관들의 답변 또한 마찬가지인데 최근 정운찬 총리는 "(세종시로) 행정부처가 오면 거덜날지 모른다"라는 말은 '과연 교수와 대학총장을 지낸 분인가'라는 의심을 들게 했다. TV나 인터넷을 통해 번져나가는 막말 문화도 심각하다. 예능프로 등에서 자막으로 범람하는 정제되지 않은 말은 물론이고 심지어 욕설까지 나올 정도다. 또 사회에 영향력을 가진 사람들의 막말 또한 문제다. 특정인에 대해 '듣보잡(듣도 보도 못한 잡놈)'이라고 인터넷에 올려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한 사회평론가는 "내가 유죄라면 전국민은 대통령 명예훼손죄"라며 자신의 막말에 대한 뉘우침조차 없었다. ◇서로에 대한 배려는 물론 언어교육도 필요=전문가들은 이런 막말 문화는 서로를 존중하지 않는 소통방식과 성숙하지 못한 시민의식에서 비롯됐다고 풀이했다. 어릴 때부터 인간을 소중히 여기고 제대로 된 인격을 갖추는 교육이 전무한 채 학벌지상주의에만 사로잡힌 것이 지금의 사태를 초래했다는 지적이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막말을 해놓고 '말로 했지, 내가 무슨 피해를 줬느냐'는 식으로 합리화하고 책임을 회피하는 경우가 많다. 말도 충분히 폭력적일 수 있는데 그것을 의식을 못하는 사람이 늘면서 막말을 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언어폭력도 습관성이 있으며 점차 강도가 세지는 특성이 있다. 습관이 되지 않도록 스스로 자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정과 학교ㆍ사회에서 언어폭력이 큰 폭력일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도록 하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