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물가가 전방위로 상승하고 있다. 하반기 공공요금이 줄줄이 인상되고 여름철 장마가 길어지면서 과일ㆍ채소값도 급등하는 모습이다. 지난 8개월간 1%대의 낮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에도 불구하고 체감물가에 버거워했던 서민들의 물가불안은 다시 커지고 있다.
◇요금 현실화 명분에 공공요금 인상 러시=28일 관련 부처에 따르면 하반기 공공요금 인상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일부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이미 7월부터 버스ㆍ택시 요금을 인상했고 8월 인상이 예고된 곳도 있다. 다음달부터 세종시 택시 기본요금은 2,400원에서 2,800원으로 16.7% 인상된다. 제주도ㆍ경상남도 택시요금은 이달 초 인상됐고 서울ㆍ인천은 인상안이 검토되고 있다. 충청남도 천안시 시내버스요금은 일반이 1,200원에서 1,400원으로 오르는 등 8월부터 평균 16.7% 인상된다.
난방ㆍ도시가스ㆍ상하수도 요금 등도 올랐거나 인상이 추진되고 있다. 대구시의 도시가스 소비자요금은 다음달부터 평균 0.09% 오른다. 전력수급 문제와 공공기관 부채문제 해결방안으로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도 여전히 열려 있다. 최근에는 우정사업본부가 국내 우편요금을 30원 인상했으며 국제 통상우편 요금도 평균 7.7% 올리기로 결정했다.
◇장마에 채소 이어 과일물가도 '불안'=장마가 길어지면서 장바구니 물가도 불안하다. 농수산물유통공사에 따르면 27일 현재 배추 1포기 값은 3,075원으로 한달 전보다 11.6% 올랐다. 시금치(1㎏) 3,989원에서 1만506원, 상추(100g)는 670원에서 1,623원, 애호박(1개)은 1,197원에서 1,822원으로 올랐다.
과일도 마찬가지다. 서울 가락동시장 도매가격의 경우 복숭아 황도(4.5㎏)는 1주일 새 8,008원에서 1만1,913원으로 껑충 뛰었다. 아오리사과(10㎏)도 2만9,000원에서 5만원으로 급등했으며 포도 역시 가격대가 10% 높게 형성됐다. 정부 관계자는 "예년보다 길어진 장마 탓에 일조량 부족과 출하작업 지연으로 채소ㆍ과일류 가격이 다소 불안정한 모습"이라고 말했다.
서민들의 체감물가가 오르고 있지만 정부와 연구기관들의 물가전망은 현실에 비해 '안정적'인 모습이다. 한은에 따르면 올해 소비자물가 전망치는 상반기 1.3%, 하반기 2.1%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역시 상반기 1.4%, 하반기 2.2%로 내놓았다. 상반기에 비해 하반기 물가가 높아지기는 하나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공공요금ㆍ농산물 물가불안은 저소득층의 체감물가에 직격탄을 날린다는 점에서 이를 배려한 물가안정에 선제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김천구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식료품 지출비중이 높은 저소득층 특성상 여름철 농산물의 가격불안은 체감물가를 크게 높인다"며 "정부는 여름 강수량에 민감한 농산물에 대한 감시기능을 강화하고 신선식품 수입량을 탄력적으로 조절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