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양대 사학인 고려대와 연세대가 약학대학 신설 추진 계획을 밝혀 성사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약사 인력 수급 정책을 담당하는 보건복지가족부가 약사 인력이 더 필요하다는 입장이어서 일단 연ㆍ고대의 약대 신설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기수 고려대 총장과 김한중 연세대 총장은 6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 참석, 약학대학 신설 방침을 밝혔다.
이 총장은 “약학대학을 만들어 생명과학과 의학ㆍ약학이 연결되는 ‘바이오메디컬’이라는 학문 분야를 탄생시키겠다”고 말했다. 고려대는 4년 교육과정 형태로 안암캠퍼스에 신설하는 방안을 가장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으며 올해 안에 모든 절차를 마무리하고 오는 2011학년도부터 신입생을 선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총장도 “약대가 없어 생명과학 연구에 한계가 있다”며 “의료서비스 산업의 국제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송도캠퍼스에 약대를 신설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약학대학의 경우 매년 수백대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고 있고 의ㆍ치대, 간호대와 더불어 시너지 효과가 크다. 또 산하병원에 모교 출신 약사를 고용할 수 있는 등 이점이 많아 이들 두 대학의 경우 약대 신설에 매우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약대 신설은 약사인력 배출과 관련 있어 보건복지가족부가 정원 증원 여부를 결정하면 교육과학기술부가 최종적으로 대학을 선정한다. 복지부는 약사인력에 대한 추가 수요가 발생하고 있어 적정 수준의 증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약대는 올해부터 이른바 ‘2+4체제’의 6년제로 전환되면서 올해부터 내년까지 신입생을 뽑지 않는다. 이에 따라 2008학년도 신입생이 졸업하는 2012년과 2011학년도 약학대학 진학생이 졸업하는 2015년 사이인 2013~2014년 2년간 일시적인 약사인력 공급차질이 예상돼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또 2005년부터 2015년까지 수도권 대형 병원의 병상이 약 1만2,000병상 늘어나는 것도 약대 정원 증원이 필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약대 정원은 지난 1982년 이후 25년 넘게 계속 동결돼왔다.
이 같은 상황은 연세대ㆍ고려대의 약대 신설에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복지부는 지난해 보건사회연구원에 의뢰한 약사ㆍ의사 등의 보건의료인력 수급에 관한 용역조사가 나오는 이달 말 약대 정원 증원과 관련한 구체적인 결과를 내놓을 예정이다.
복지부의 한 관계자는 “대학들의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어 결정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면서 “그러나 특정 대학을 생각하고 있지는 않으며 지역별로 안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지역안배를 감안해 서울보다는 약학대학이 없는 지역 대학에서 약대를 우선 설립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고려대ㆍ연세대와 함께 단국대도 천안캠퍼스에 약대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전국에 20개의 약대가 있지만 충남 지역에는 한 곳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