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퇴직연금의 변천사는 미 경제의 굴곡과 맥을 같이한다. 1981년 확정기여형(DC) 퇴직연금인 401K가 도입되기 이전에는 확정급여형(DB)이 주류를 이루었다.
1970년대 두 차례의 석유파동과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기업도산이 줄을 잇고 퇴직연금 불능사태가 속출하면서 연금제도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졌다. 퇴직연금 운영과 책임을 전적으로 회사가 부담하는 DB형 제도는 스스로의 한계를 나타내기 시작했다.
정부도 기업 살리기를 정책의 최우선 순위로 설정했고, 근로자들과 노조도 기존의 강경입장에서 선호해 퇴직연금의 책임을 일부 자신들이 떠맡는 데 합의하게 된다.
1974년 종업원은퇴보장법(Elisa) 제정으로 세금공제 혜택이 확대된 이후 1981년 종업원들이 자산운용의 책임을 지게 되는 401K가 등장한다. 401K는 미 정부가 퇴직연금 활성화를 위해 ‘근로자퇴직 소득보장법 401조 K항’에 세제혜택을 규정 한데서 유래된 이름이다.
이후 산업구조가 고도화되고 정보통신 발달로 이직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등 노동시장 탄력성이 높아지면서 DB형 연금보다는 401K가 큰 인기를 끌게 된다. 특히 401K 자금의 절반 이상이 뮤추얼펀드 형태로 주식과 채권시장에 유입되면서 1990년대 미국 경제 장기 호황의 토대를 마련했다. 간접투자로 표현되는 미국의 주식시장을 401K가 연 셈이다.
현재 부시 행정부는 공적연금인 사회보장연금도 국가가 아니라 개인이 관리하는 형태로 대수술을 준비하고 있다. 즉 그 동안 국가가 부담했던 연금 운영과 관리책임을 개인들에게 돌림으로써 국가재정 부담을 줄이려는 의도다. 사회보장연금도 DB형에서 DC형으로 변신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