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외환위기 상황 논의/대출 재연장등 긍정 검토외국계은행들은 한국계은행들이 무더기로 외화부도(디폴트)가 나는 경우 공멸할 수 있다는 긴박한 분위기에서 비공개모임을 갖고 이에 대한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외국계은행 한국지점장들이 이같이 공동보조를 맞추기 위해 모임을 가진 것은 처음있는 일이다. 한국이 처한 외환위기상황이 어느정도인가를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또 외국계은행 한국지점의 사정도 똑같이 절박하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외국계은행 지점장들은 모임을 마치고 나서 『일부 은행들이 반대하고 있지만 대체로 한국계은행에 대한 대출을 재연장하자는 분위기였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첫모임을 가진 지난 22일 일부 외국계은행들이 외화자금 대출을 재연장하는 등 외화자금회수를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외국계은행들은 한국계은행을 살리기 위해 대출을 재연장했다기 보다는 재연장을 하지않고서는 디폴트가 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고육책을 낸 것으로 보인다. 외국계은행들의 이같은 방안은 정부의 지급보증을 받아 은행들에 대한 대출을 국가에 대한 대출로 전환, 부실을 최대한 막으려는 의도로 보여진다.
외국계은행 지점장들은 『대출 재연장이라는 결론이 최종적으로 도출된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 뒤 『개별은행들이 본점과 충분한 논의를 거쳐 최종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본점과 계속적인 접촉을 가져온 외국계은행 한국지점장들의 이같은 반응은 한국계은행에 대한 재연장조치가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는 것으로 보아도 무방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날 외국계은행 지점장 모임에 참석한 뒤 먼저 자리를 뜬 진영욱 재정경제원금융정책과장은 『한국이 처한 외환위기 상황을 투명하게 공개, 설명했다』며 『외국계은행들이 재연장 결정을 내리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이어 『외국계은행들도 국내에서 영업을 해야하기 때문에 대출을 재연장하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외국계은행의 한 지점장은 『한국계은행이 현재 연말까지 상환해야 하는 단기채무는 1백억달러에 달한다』며 『국제통화기금(IMF) 자금으로 올 연말을 넘길 수 있겠지만 내년 1월에는 더 심각한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라며 한국정부가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이기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