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아파트 재산세를 시가 기준으로 부과키로 한 것은 늦었지만 잘한 결정이다. 이로써 시세가 비싼 아파트가 값싼 아파트보다 재산세를 적게 내는 문제점을 바로 잡을 수 있게 됐다. 아울러 양도소득세 등 부동산 관련 세제 전반에 대한 종합적인 처방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행정자치부는 그 동안 아파트 재산세 과세표준을 산정할 때 건물면적(분양평수)과 노후도를 기준으로 가감산율을 적용했지만, 내년부터는 시가기준으로 적용하는 것을 골자로 한 부동산 보유세 강화방안을 마련했다고 19일 밝혔다.
이렇게 되면 가격이 비싼데도 불구하고 건축면적이 적고 노후했다는 이유로 재산세를 적게 내온 서울 강남의 노후 또는 재건축 아파트의 재산세는 오르고 강북이나 수도권, 지방의 신축 대형 아파트는 낮아지면서 가격과 세금간 불균형 문제가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기준시가가 3억2,500만원인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아파트의 올해 재산세는 4만여원에 불과한 반면 기준시가가 1억6,500만원인 강북의 한 아파트에는 6만5,000원의 재산세가 부과됐다. 이 같은 현상은 서울과 수도권, 수도권과 지방간에서도 그대로 나타나 납세자들로부터 큰 반발을 샀다.
재산세에 적용하는 시가를 국세청이 발표한 아파트 기준시가로 사용할 경우 서울 강남 재건축대상 아파트 등의 재산세는 지금보다 60~70% 가량 오르게 되고, 반면에 지방 소재 신축 대형아파트의 재산세는 30% 가량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행정자치부가 시행하는 재산세의 시가반영률은 30~40%정도 밖에 안 되지만 국세청 기준시가는 시가의 70~80%정도를 반영하고 있다. 시가를 반영할 경우 과표현실화 문제나, 지역간 형평성의 문제도 상당부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실소유자들의 주거안정을 해칠 수 있다. 집주인들이 재산세를 구실로 집세를 크게 올릴 가능성이 있다. 정부의 세제와 금융을 통한 부동산 투기억제 대책이 부동산 가격상승효과만 가져왔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보유세를 강화하는 것과 병행해서 양도세를 완화시킬 필요가 있다. 양도세 부담이 높은 상태에서 보유세까지 높일 경우 거래가 위축되고 가격이 더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동안 정부의 부동산정책은 온탕냉탕을 반복하는 식의 대증요법이어서 일관성이 결여돼 왔다. 특히 양도세 중과는 거래를 위축시키고 오히려 가격상승을 부추기는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 세금추징에 따른 수요억제책은 부동산 가격을 잡는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 대다수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부동산 가격의 안정을 위해서는 공급 확대와 함께 시중 부동자금이 증시 및 생산현장으로 흘러갈 수 있도록 하는 종합적인 처방을 마련해야 한다.
<이혜진기자 hasi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