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지상파DMB, 국제표준에 채택

美·日등선 자체표준 있어 시장진출은 힘들듯

우리나라에서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지상파 멀티미디어방송(T-DMB)이 국제표준으로 채택됐다. 정보통신부는 지난 14일(현지시간) 지상파 DMB가 국제전기통신연합(ITU) 회원국 회람을 거쳐 국제 표준으로 최종 확정됐다고 16일 밝혔다. 지난 5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개최된 ITU 방송연구반에서 지상파 DMB를 만장일치로 표준안으로 채택한 지 7개월 만이다. 지상파DMB는 2005년 7월 유럽전기통신표준협회(ETSI)에서도 표준으로 채택된 바 있다. 유럽 노키아 주도의 DVB-H, 미국 퀄컴의 미디어플로, 일본의 원세그 등도 국제표준의 지위를 함께 얻었다. 지상파 DMB는 우리나라가 유럽의 디지털 라디오 기술인 DAB에 멀티미디어 기능을 추가해 개발한 이동 멀티미디어방송 기술로, 고속 이동 중에도 선명한 화질을 수신할 수 있다. 지상파 DMB는 현재 국내에 780만대가 보급된 상태며, 독일ㆍ이탈리아ㆍ캐나다 등 11개국에서 실험방송이 진행되고 있다. 지상파 DMB 장비 및 부품업체들은 이번 표준채택으로 국내 중소 단말기 업체의 글로벌 모바일 TV 시장 진출과 국내 시장 활성화의 계기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표준 채택 자체가 국제적으로 기술력을 공인받았다는 점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홍보효과도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지상파DMB의 앞날이 그리 순탄한 것만은 아니다. 우선 해외 진출이 생각만큼 쉽지만은 않다. 특히 유럽은 유럽집행위원회(EC) 차원에서 노키아 주도의 DVB-H를 지역 단일표준으로 밀고 있어 DMB가 파고 들 틈이 별로 없다. 여기에 미국, 일본 등도 자체 표준을 갖고 있어 시장 진입에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다. 국내 시장은 더욱 어렵다. TU미디어 등 관련 업체들은 만성적인 적자에 허덕이면서 서비스 활성화에 대해서는 꿈조차 못 꾸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가 나서서 지상파와 위성DMB 사업을 인위적으로 구분하고 사업 구조까지 결정하면서 수익 구조가 붕괴됐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에서도 제대로 되고 있지 않은 DMB가 해외에서 제대로 활약할 수 있을 지 의문”이라며 “국내 DMB사업을 활성화하기 위한 제도적 조치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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