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간접투자법’ 시행되면

`간접투자 자산운용업법`이 지난 8월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 시행령ㆍ규칙 제정을 거쳐 늦어도 내년 초에는 시행할 것으로 보인다. 법의 명칭이 다소 생소하게 들리는 것은 국회 재경위가 국민의 이해를 돕기 위해 정부안에 `간접투자`를 붙였기 때문이다. 간단히 말해 투자자들을 대신해 자금을 운용하는(그래서 `간접투자`라고 부른다) 금융회사들을 총체적으로 규율하는 법이다. 지금까지 투신을 규제하던 `증권투자신탁업법`과 뮤추얼펀드를 규제하던 `증권투자회사법`을 합쳤다고 해서 업계에서는 흔히 `통합법`이라고 말한다. 이 통합법의 취지는 크게 세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기관별 규제체제에서 기능별 규제체제로 전환해 규제의 효율성을 높이고 다양한 상품을 다양한 판매창구를 통해 판매함으로써 투자자의 편익을 증진시키고 선진국 수준으로 투자자 보호장치를 강화해 자산운용업에 대한 시장의 신뢰를 높이는 것이다. 즉 투신ㆍ자문ㆍ신탁 등으로 흩어져 있는 자산운용업을 위한 법적 기반을 정비해 간접투자를 활성화시키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신뢰회복에는 글로벌 스탠더드의 확보가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이 법의 국회 통과를 전후해 언론에서는 새 법이 제정되면 새로운 펀드 즉 파생상품은 물론 부동산이나 금과 같은 실물자산에 투자하는 펀드들이 마구 쏟아져나올 것이라고 호들갑을 떨었다. 나아가 보험회사도 펀드를 판매할 수 있게 되므로 기존에 판매를 독점해오던 증권, 이제 막 수익증권 판매를 시작한 은행과의 한판 전쟁이 불가피하다는 전망까지 곁들였다. 예를 들면 은행의 경우 이 법이 통과되기가 무섭게 신탁사업 부문을 강화할 것이라는 공언을 하고 나섰다. 하지만 이러한 분석은 규제체제의 전환이나 투자자 보호장치의 강화 등 법의 원래 취지에 소홀한 면이 있다. 정말 중요한 것은 이 법의 시행을 계기로 자산운용업이 어떤 방향으로 자리잡을지, 그것은 다시 낙후된 국내 금융산업의 선진화라는 큰 틀에서 볼 때 어떤 의미를 가질지 따져 보는 작업이다. 그동안 국내 금융업은 은행ㆍ증권ㆍ보험이라는 세가지 업태로 구성되고 각 분야에서 활동하는 금융회사들은 은행법ㆍ증권거래법ㆍ보험업법에 의해 각각 규제를 받는 소위 3분법에 익숙해져 있었다. 이러다 보니 은행의 불특정금전신탁업이나 보험사의 변액보험업은 물론 전문운용기관인 투신운용사의 펀드운용업조차도 전통적인 은행업ㆍ증권업 및 보험업의 곁가지 정도로 평가절하됐다. 따라서 자산운용업은 절름발이 신세를 면치 못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통합법의 제정은 산재해 있던 자산운용 형태들을 하나로 묶어 동일 영업행위에는 동일 규제를 적용한다는 원칙을 확인한 획기적인 사건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남은 과제는 새 법의 적용을 받게 될 금융회사들이 고객에 대한 수탁의무(fiduciary duty)를 온전히 깨닫고 다년간 축적된 지식과 경험으로 무장한 전문가들을 육성,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다. 혁신을 통한 선의의 경쟁에 대비한다면 `한판의 전쟁`은 국내 금융회사들의 국제경쟁력을 높이고 수익기반을 다지는 데 이바지할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투자자들은 자신의 장기투자목적을 설정하고 그에 맞는 운용사 및 상품을 고르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것이다. 금리가 지금처럼 낮아진 상황에서는 학자금ㆍ주택구입ㆍ노후대비 등 다양한 목적의 목돈 마련이 그리 쉽지 않다. 시장에 나와 있는 금융상품들은 나름대로 특징이 있고 인플레ㆍ금리변동ㆍ신용ㆍ유동성 위험에 노출돼 있어 잘 따져보지 않으면 낭패를 당할 수 있기 때문에 시장경험이 풍부한 투자자가 아니라면 전문가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할 수 있다. 자산운용업의 역할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새 법이 펀드 감시기능을 강화하고 자산평가의 객관성을 높이기 위해 각종 기준을 마련한 것은 투자자들로 하여금 과거 펀드투자로부터 얻은 불행한 기억에서 해방시켜 보려는 감독당국의 메시지이기도 하다. 어차피 간접투자시장의 활성화 없이는 `국민소득 2만달러`도 공염불이기 때문이다. <권성철(한국투자신탁운용 사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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