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를 비롯한 전국 8개 국립대 학생들이 기성회비를 반환하라며 제기한 집단소송에서 승소했다. 법원은 기성회비가 ‘제 2의 수업료’로 변질됐다는 점을 지적하며 학교가 기성회비 납부를 강제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6부(정일연 부장판사)는 27일 8개 국립대학교 학생 4,224명이 각 대학 기성회와 국가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청구소송에서 “피고는 학생들에게 일부 청구한 1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로 판결선고했다. 대학 기성회는 부족한 교육시설과 운영경비를 지원하기 위해 1960년대 학교별로 발족, 운영돼왔다.
재판부는“기성회비는 회원들이 각 규약에 근거해 내는 자율적인 회비이므로 법령에 명시된 등록금과는 법적 성격이나 징수ㆍ집행 주체 등 여러 실질적인 차이점이 명백하게 존재한다”며 “기성회비는 법령에서 정한 납부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또한 재판부는 “기성회 회원은 일방적으로 재산을 출연하는 의무만을 부담하고 기성회 규약상 회원의 범위를 특정하기 어렵고 부모라도 학교와 학생을 위해 강제로 기성회 회원이 돼야 할 합리적 근거가 없다”며 “기성회 회원으로 가입한 적이 없는 학생과 보호자는 회비를 낼 의무가 없다”고 못박았다.
이어 “기성회비가 자발적 기부단체의 회비라는 당초의 성격에서 벗어나 수업료 인상에 대한 재학생의 저항과 국가의 적극적인 감독을 회피하기 위한 법적 수단으로 활용되면서 여러 법적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도 덧붙였다.
특히 재판부는 서울대와 경북대 기성회가 학생회 반대를 무릅쓰고 재학생과 신입생의 기성회비를 차등 적용한 것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낼 기회를 전혀 얻지 못한 신입생의 부담을 높여왔던 사실이 인정된다”고도 지적했다.
다만 재판부는 자율적으로 모금하는 기성회비의 성격을 고려해 국가의 지도감독에 일정한 한계가 있다고 보고, 국가는 불법행위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