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ㆍMBCㆍSBS 등 지상파TV 3사와 케이블TV업계가 또 맞붙었다. 방송위원회가 독일 월드컵 기간 중 한달간 지상파TV에게 디지털TV(DTV) 방식의 멀티모드서비스(MMSㆍMulti Mode Service) 시험방송을 허용하자 케이블TV 업계가 반발하고 나섰다. 양 세력은 공시청망(MATVㆍMaster Antena TV) 이용권을 놓고도 신경전을 벌이는 중이다. 힘겨루기는 국내 TV시청가구의 약 80%(약 1,200만 가구)를 보유한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라는 힘을 발판으로 방송 유통망을 장악하게 된 케이블에 대해 지상파가TV가 디지털 전환시점에 맞춰 무게추를 원상회복하려고 시도하면서 더 농도짙게 펼쳐지고 있다. 논란 촉발한 지상파 MMS=‘6월 한달’이라는 전제를 달았지만 MMS는 방송업계의 판도를 뒤바꿀 수 있는 무기. MMS는 현재 1개 지상파채널용으로 할당된 주파수 대역을 여러 개로 쪼개 다채널 방송을 제공하는 것. KBS 1TV가 월드컵 중계를 할 경우 채널대역의 확대없이 기존 채널로 현재와 똑같은 경기중계도 하면서 남은 대역으로 박지성만 따라다니는 채널, 하이라이트 채널 등을 동시에 송출할 수 있다. KBS 1TV(채널 9번)가 ‘KBS 1-1TV’, ‘KBS1-2TV로’ 등으로 채널 숫자를 늘리는 효과가 생기는 셈. SO들은 지상파TV가 제도의 허점을 노려 무리하게 채널을 늘리려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MATV는 아파트 옥상에 세워져 있는 공동 안테나로 각 세대에 전파를 전달하는 시스템. 케이블TV업계가 전국 대부분의 아파트 단지와 단체 계약을 통해 케이블방송을 보급하면서 이 공간을 이미 선점했다. 지상파는 이에대해 “SO가 장악한 MATV망으론 지상파TV가 제작하는 디지털 방송을 볼 수 없다”며 본래의 목적에 맞게 써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상파TV, “PP 아닌 SO다”=지난 10년간 지상파는 케이블TV의 보급으로 ‘난시청 해소’라는 숙제를 풀었고, 케이블은 지상파 채널 위주의 저가형(5,000원 미만) 상품을 무기로 몸집을 불리는 등 양측은 ‘악어와 악어새’ 관계였다. 그러나 케이블TV가 2005년 기준 시청점유율이 41.8%에 달하고, OCN(온미디어 계열 영화 채널), M.net(CJ미디어 계열 음악채널) 등 일부 장르의 경우 케이블이 지상파의 영향력을 뛰어넘으면서 둘은 본격적인 경쟁 구도에 돌입했다. 여기에 케이블 보급률이 80%를 넘어 대부분 시청자들이 케이블로 지상파를 보게 되면서 지상파가 케이블TV의 일개 채널사용사업자(PP)로까지 전락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이에 맞서 지상파가 내놓은 무기는 고화질(HD)로 대표되는 디지털방송. SO가 장악한 아파트 공시청망으로 지상파 HD방송을 보기 힘들고 무료인 지상파TV와 달리 월 2만5,000원을 내야 하는 디지털케이블의 보급이 저조하자 지상파는 ‘시청자들에게 무료로 DTV를 볼 권리를 돌려줘야 한다’는 논리로 케이블을 견제하고 있다. 여기에 DTV 기술을 기반으로 한 MMS가 현실화되면 10년 넘게 유료방송이 일궈온 ‘전문 장르 다채널’이라는 방송시장의 틀까지도 흔들 수 있다. KBS SKY, MBC플러스 등 케이블 효자노릇을 했던 지상파 계열 케이블 채널들이 MMS로 옮겨갈 최악의 상황까지 케이블 업계는 우려하고 있다. 방송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두 논쟁과 관련, “PP로 전락할 위기에 놓인 지상파가 그간 잃어왔던 SO 역할을 다시 찾겠다고 선언한 것”이라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