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전 한세실업은 협력업체에 앞으로 100% 현금으로 월말에 일괄 결제하겠다고 약속했다. 당시 어음결제 관행이 깊게 뿌리내린 섬유업계에서는 파격적인 선언이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한세실업은 단 한번도 이 약속을 어긴 적이 없다.
한세실업의 한 관계자는 "현금으로 매달 결제해주지 않으면 협력업체는 급여지급 등에 문제가 생길 수 있고 곧 상품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현금결제는 협력사를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파트너로서 함께 성장하기 위한 결정이었다"고 설명했다.
한세실업은 일찌감치 생산기지를 베트남 등 제3국으로 이전하면서 협력업체들의 해외진출도 적극 지원했다. 이 관계자는 "인건비 상승과 사양산업화로 국내 봉제업체들은 인건비가 저렴한 해외로 진출이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정보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으로서는 막막한 것이 현실"이라며 "현지 상황이나 정보를 제공하고 현지 관공서와 연결시켜 해외진출을 돕고 있다"고 말했다.
한세실업은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연 매출 1조원(2012년 매출 1조1,295억원)을 돌파한 국내 섬유업계 대표 중견기업이다. 한세실업은 가파른 성장의 일등공신으로 협력사들을 꼽는다.
상당수 중견기업들이 사회적 책임의 사각지대에서 기업규모에 걸맞지 않는 소극적인 사회공헌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반대로 사각지대에 숨는 대신 한세실업처럼 번 돈의 일부를 반드시 사회에 돌려주고 후배 기업들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판로개척을 지원하는 중견기업들도 적지 않다.
코웨이는 3년째 중소기업 제품을 재판매하며 브랜드 홍보와 판로 확대에 기여하고 있다. 코웨이와 안마의자 판매제휴를 맺은 후 2년 만에 매출이 5배 이상 성장한 성우메디텍은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꼽힌다. 코웨이는 2011년부터 중소 안마의자 브랜드 제품을 선정, 깐깐한 품질개선을 통해 재판매했는데 당시 선정된 성우메디텍의 바비체 안마의자는 지난해 단일 판매채널, 단일 모델 기준으로 국내 판매 1위를 달성했다.
이 밖에 코웨이는 2010년 12월 100억원 규모의 상생협력 펀드를 조성해 1차 협력사 100여곳에 저금리 대출을 지원했고 지난해에는 협력사 두 곳에 약 18억원의 무이자 경영자금 지원도 실시했다. 또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부담이 커진 협력사들을 지원하기 위해 원자재 통합구매 프로그램을 마련, 지난해 총 12억원의 원가절감 효과를 내기도 했다.
골프존은 창업 초기 개인기업이던 조은정밀(스윙플레이트 제조사)과 다성테크놀로지(오토티업 등 부품 제조사)를 연 매출 100억원대 유망 중소기업으로 성장시키는 데 톡톡히 공헌했다. 골프존은 이들 기업과 공동 연구개발하고 'JPI(Joint Performence Involvement)'라는 자체 성과공유 프로그램을 통해 원가절감에 따른 이익을 공유했다.
골프존의 한 관계자는 "이 같은 노력으로 올 초에는 중견기업 최초로 대ㆍ중소기업 협력재단으로부터 '성과공유제 도입기업 인증'을 취득했다"며 "지난해 11월 신설한 성과공유제 전담부서를 통해 2ㆍ3차 협력사까지 원가절감, 품질개선, 생산성 향상을 공동 추진하고 이에 따른 성과를 공유할 계획"이라고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