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의 펀드 판매가 부진의 늪에 빠졌다. 지난 3월 이후 주가가 꾸준히 상승해 펀드 수요가 다시 살아나고 있지만 금융위기 이후 펀드 손실에 대한 은행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펀드 판매 실적이 감소하고 있는 것이다. 30일 금융계에 따르면 국민ㆍ신한ㆍ우리ㆍ하나ㆍ외환은행과 농협 등 6개 시중은행의 지난 11월 말 현재 펀드 판매 잔액은 88조9,941억원으로 전월 보다 3.0%(2조6,688억원) 줄었다. 펀드 잔액은 올 들어 지속적으로 증가하다 5월 말을 정점으로 하락추세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9월 말 이후 가파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은행별로는 국민은행의 펀드잔액이 11월 말 현재 28조8,275억원으로 전월 대비 3.0% 감소했다. 신한은행 23조144억원(-3.2%), 우리은행 10조6,652억원(-3.8%), 하나은행 11조7,312억원(-1.8%) 등도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반해 펀드 수수료 수입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주가상승으로 펀드 평가액이 증가하면서 운용 보수가 늘었기 때문이다. 11월 말 현재 펀드 수수료는 7,303억원으로 9월 말 대비 1,472억원 증가했다. 3월 말과 비교하면 두 배를 넘는 수준이다. 이 같은 펀드수수료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펀드 잔액이 줄어드는 것은 은행 직원들이 펀드 환매 고객의 재유치나 신규고객 확보에 적극적이지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2월 자본시장법 시행 이후 펀드 가입 절차가 엄격해지고 시간도 많이 걸리자 은행 직원들은 고객에게 펀드 가입 권유를 자제하고 있다. 이런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은행들이 펀드 판매에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 실제 은행들은 내년 직원 경영성과평가(KPI) 지표에 퇴직연금과 카드 유치 등 전략 상품을 지정하고 이에 대한 배점이 높였지만 펀드 판매에 배점을 높인 은행은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상품 불완전판매를 한 직원 퇴출과 금융사에 대한 제재 강화를 담은 '삼진아웃제' 시행도 펀드 판매를 자제하는 요인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