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지방선거가 마무리되면서 선거 테마주 잔치도 끝이 났다. 실적보다는 유력 정치인과의 관련성 때문에 주가가 크게 움직였던 지방선거 테마주들은 대부분 유력 정치인의 당선 여부와 상관없이 하락세로 장을 마감했다. 세월호 참사 여파로 지난 대통령 선거 때와 같은 정치 테마주 열풍은 불지는 않았지만 한탕을 노리는 투자자들은 여전했고 선거 직전 거품이 빠지는 현상도 되풀이됐다. 전문가들은 선거 테마주는 실체가 모호하고 거품이 꺼지면 투자자에게 큰 손실을 초래하기 때문에 소문보다는 실적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5일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6·4지방선거 테마주로 분류됐던 종목들은 후보들의 당락과 관계없이 대부분 하락세로 거래를 마쳤다. 유력 정치인과 관련이 있다며 급등했던 테마주가 선거 이후 빠른 속도로 거품을 덜어내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장 자리를 놓고 겨뤘던 박원순 현 시장과 정몽준 후보의 관련주들이 대표적이다. 박 시장의 테마주로 묶인 모헨즈와 휘닉스홀딩스(037270)·휘닉스소재(050090) 등은 이날 개장 초반부터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지면서 전 거래일보다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졌다. 모헨즈는 가격제한폭(14.91%)까지 떨어진 3,625원에 거래를 마쳤고 휘닉스홀딩스와 휘닉스소재도 각각 전날보다 12.82%, 5.13% 급락했다. 전날 밤 박 시장 쪽으로 일찌감치 승부가 기울었지만 이튿날 주가는 정반대로 움직인 것이다. 모헨즈는 김기수 대표가 박 시장이 시민단체 활동을 했던 아름다운재단 기부문화연구소의 운영이사로 활동한 전력이 알려지면서 박원순 테마주로 분류됐다. 휘닉스홀딩스의 홍성규 회장은 박 시장과 경기고 동창이다. 이들 종목은 선거일 직전인 지난 3일 6~12%대의 급등세를 보였지만 당선 확정 하루 만에 고꾸라졌다.
정몽준 테마주도 낙폭은 작았지만 마찬가지였다. 현대중공업(009540)은 전날보다 3,000원(1.62%) 내린 18만2,500원에 거래를 마쳤고 현대통신(039010)과 코엔텍은 각각 2.20%, 2.26% 떨어진 2,450원, 2,380원을 기록했다. 현대중공업은 선거전이 펼쳐지기 전 20만원대를 유지했지만 4월29일 19만7,000원으로 떨어진 후 좀처럼 20만원선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현대통신은 4월 초만 해도 5,300원까지 올랐지만 두 달 만에 주가가 반토막 났다. 같은 기간 코엔텍 주가도 4,000원 초반대에서 2,000원대로 절반이 날아갔다. 정 후보의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재개 의지 표현으로 관련주로 묶였던 롯데관광개발 주가는 이날 5% 넘게 떨어졌다.
안철수 테마주는 야당이 압승할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 달리 선거 결과가 박빙으로 나오자 일제히 급락했다.
이날 코스닥 시장에서 다믈멀티미디어는 전날보다 11.61% 급락했고 안랩(053800)도 5.76% 떨어졌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써니전자도 9.86% 하락했다.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가 광주 지역에 화력을 집중하다 경기와 인천 등 수도권 지역에서 패해 책임론이 불거진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박근혜 테마주로 분류된 EG(037370)도 두드러진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의 친동생 박지만씨가 최대주주이자 회장으로 있는 EG는 이날 1.37% 오른 2만2,200원에 거래를 마쳤다. EG의 주가는 4월 초까지 2만6,000원대를 유지했으나 4월16일 세월호 참사를 기점으로 하락하기 시작해 지방선거 전날인 3일에는 2만1,900원까지 내렸다.
전문가들은 정치 테마주는 실제 연관관계가 모호하고 실적과 관계없이 투자가 이뤄지고 있는 만큼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금융투자 업계의 관계자는 "지난 대선 때 유력 후보 관련 테마주로 묶인 147개 종목은 그해 9월 최고 62.2%까지 올랐다가 대선 전날 0.1%까지 폭락했다"면서 "투자자들은 단기적 시류에 휩쓸리지 말고 사업보고서 등에 나와 있는 실적, 회사의 성장성, 산업 트렌드 등을 분석한 뒤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