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기의 진화… 먼지통 없는 제품까지 도전

■ 삼성 '모션싱크' 디자인팀
이동 편하고 뒤집힐 염려 없는
경주용 휠체어 닮은 모델 출시
고객 눈높이 맞춘 기술 적용
도구 아닌 소비자 파트너 될 것

모션씽크 청소기

삼성의 프리미엄 청소기 ‘모션싱크’를 디자인한 천동원(왼쪽부터) 삼성전자 디자인그룹 수석과 남연영 수석, 윤덕상 선임이 제품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지금까지의 청소기가 먼지통에 먼지를 모으는 개념이었다면 조만간 먼지통이 따로 필요 없는 청소기가 나올 것입니다."

천동원 삼성전자 디자인그룹 수석은 향후 청소기의 변신을 이같이 전망했다.

삼성전자발(發) 청소기의 진화가 빠르게 전개되고 있다. 그 속도는 휴대폰이나 TV의 변신보다도 훨씬 빠르다.

청소기의 진화, 그 시작을 알린 제품은 삼성전자가 지난 6월 출시해 프리미엄 청소기의 새로운 혁신을 이끌어낸 것으로 평가 받는 '모션싱크'. 이 제품 개발의 주역인 천 수석은 12일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지금까지의 청소기가 단순히 일만 하는 도구에 불과했다면 모션싱크는 소비자가 좀 더 즐겁게 일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든든한 파트너가 될 것"이라며 청소기 혁신의 방향성을 설명했다.

집안 청소를 빨리 끝내기 위한 도구로 사용돼왔던 기존의 청소기들과 달리 모션싱크는 고객 눈높이에 맞춘 혁신적인 기능과 감각적인 디자인을 비롯해 청소기 그 이상의 가치를 입혔다는 것이 천 수석의 설명이다.

그의 말대로 모션싱크는 지금까지의 청소기에서는 볼 수 없었던 혁신적 디자인과 기능들을 대거 적용했다. 먼저 본체와 바퀴가 따로 움직이는 '본체 회전' 구조를 통해 방향을 바꿀 때 소비자가 이끄는 대로 민첩하고 부드럽게 청소기가 따라오도록 했다. 특히 바퀴의 윗부분이 안쪽으로 향하는 피라미드 형태의 캠버드 휠을 채용해 갑작스런 방향 전환 시에도 쉽게 뒤집어지지 않는다.

천 수석은 "청소기는 소비자가 유일하게 직접 끌고 다니며 사용해야 하는 가전제품"이라며 "결국 '소비자와 하나가 돼 움직일 수 있는 청소기'를 디자인 콘셉트로 정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이름도 '나와 청소기의 움직임(Motion)이 하나로 싱크로나이즈(Synchronize)된다'는 뜻의 '모션싱크'로 지었다.

디자인팀은 본격적인 제품 디자인에 앞서 실시한 조사 결과 소비자들이 가장 불편해하는 것 중 하나는 청소기가 쉽게 넘어진다는 점이라는 것을 알아냈다. 방향을 바꾸거나 문턱을 넘을 때마다 청소기가 중심을 잡지 못하고 뒤집어지고 소비자는 넘어진 청소기를 일으켜 세우기 위해 무리하게 힘을 쓰다 보니 연결 호스마저 자주 끊어지기 일쑤였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디자인팀은 수개월간 고민을 거듭했다. 남연영 수석은 "넘어지지 않는 청소기의 원리를 찾기 위해 아이들 장난감은 물론 주변에 바퀴가 달린 모든 물건은 죄다 끌고 다닌 것 같다"며 "기존에 없던 청소기를 만들어야 하다 보니 몇 배는 더 힘들었다"고 회고했다.

이 때문에 모션싱크를 개발하는데 1년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통상 3개월가량 걸리던 기존 청소기의 개발기간보다 네 배나 더 공을 들인 셈이다.

디자인팀은 오랜 고민의 해답을 경주용 휠체어에서 찾아냈다. 남 수석은 "장애인 올림픽 경기를 보다 안쪽으로 기울어진 휠체어 바퀴 덕분에 빠르게 회전해도 넘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이 원리를 그대로 적용해 넘어지지 않는 청소기를 개발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디자인팀은 기존 제품보다 바퀴 크기를 40% 이상 키워 적은 힘만으로도 문턱을 잘 넘어갈 수 있도록 했다.

디자인팀이 오랜 시간 모션싱크 개발에만 전력할 수 있었던 데는 소비자가전(CE) 부문을 총괄하는 윤부근 사장의 전폭적인 지원도 큰 힘이 됐다. 윤 사장은 디자이너들에게 "경쟁사를 벤치마킹하지 말고 소비자를 벤치마킹하라"고 강조했다. 소비자가 무엇을 사용하고 무엇을 원하는지를 알아야 오랫동안 사랑 받는 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지론에서다.

모션싱크의 최종 디자인을 접한 윤 사장은 "이건 확실히 잘될 것 같다"고 자신했다. 평소 신제품에 대한 칭찬이 인색하기로 유명한 그가 제품 디자인을 극찬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디자인팀은 모션싱크에 만족하지 않고 현재 또 다른 신개념 청소기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천 수석은 신개념 청소기의 콘셉트는 '먼지통 없는 청소기'가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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