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독도ㆍ교과서문제 등으로 한일관계가 악화돼 일본의 ‘골든위크’가 시작된 지 사흘째인 1일 남대문시장 등 서울 도심 주요 쇼핑명소를 찾은 일본 관광객들은 평소 휴일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남대문시장의 한 상가가 바닥에 일본어로 된 안내문으로 일본 관광객을 유혹하고 있지만, 찾는 사람이 없어 한산하다. /이호재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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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골든위크'…서울쇼핑명소 르포] "日 관광객 급감…특수 실종"
독도·교과서 문제로 한일관계 악화단체관광 크게 줄어 남대문시장등 한산롯데百 김·젓갈판매 작년보다 조금 줄어명동 '한류스타' 캐릭터숍 빼면 평소수준
최근 독도ㆍ교과서문제 등으로 한일관계가 악화돼 일본의 ‘골든위크’가 시작된 지 사흘째인 1일 남대문시장 등 서울 도심 주요 쇼핑명소를 찾은 일본 관광객들은 평소 휴일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남대문시장의 한 상가가 바닥에 일본어로 된 안내문으로 일본 관광객을 유혹하고 있지만, 찾는 사람이 없어 한산하다. /이호재기자
딸과 함께 방한한 마에다씨
일본의 ‘골든위크’ 사흘째인 1일 낮 남대문시장. 예년 같으면 일본 관광객들로 한창 붐빌 때지만 시장 입구부터 ‘독도는 우리땅’이란 현수막이 펄럭이는 이곳에서 일본인들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시장 대로에서 일본인을 대상으로 김, 홍삼 등을 판매하는 한 상인은 “일본 관광객들이 3분의1정도 줄었어요. 대박은 커녕 소박도 안돼요”라며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한국관광공사는 최근 불거진 독도ㆍ교과서문제 등에도 불구하고 이번 골든위크 때 지난해와 비슷한 8만4,000여명의 일본 관광객이 한국을 방문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날 남대문시장, 동대문시장, 명동, 백화점 등 서울시내 주요 관광지에서 ‘골든위크 특수’는 없었다.
지난해와 비교해 전체적으로 일본 관광객 숫자가 20~30%가량 줄었으며, 단체 관광객들은 부쩍 줄어든 대신 가족이나 연인 단위의 개인 관광객들만 늘어난 모습이었다. 당초 최고조에 오른 일본 내 ‘한류’열풍 덕에 올 ‘골든위크 대박’을 기대했던 상인들은 ‘특수 실종’에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명동의 경우 그나마 다른 지역보다 일본 관광객들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었지만 평소 주말과 비슷한 수준이어서 특수라고 하기엔 미흡했다. 더페이스샵 명동 매장의 이정석 부장은 “일본 관광객이 작년보다 20%가량 줄었다”며 “특히 단체 관광객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명동 중앙로 입구에 위치한 외국인관광안내소의 박선혜 안내원은 “명동을 찾는 일본 관광객들이 독도ㆍ교과서문제가 불거진 4월 초부터 30~40%가량 급감했다”며 “작년 골든위크 때는 하루 400~500명 정도의 일본 관광객들이 안내소를 방문했지만, 오늘 오전에만 120명 정도 방문해 훨씬 줄어든 게 실감난다”고 전했다.
‘한류스타’들의 캐릭터 상품을 판매하는 캐릭터샵들은 꾸준히 일본 관광객들이 드나들어 그나마 체면유지를 하고 있었다.
한 캐릭터샵에서 만난 한국인 김은영(28)씨와 일본인 미노모(27)씨는 이달 중순께 결혼할 예정인 흔치않은 한ㆍ일 커플. 미노모씨는 “최근 일본 TV에서 한국 사람들이 손가락을 자르고 일장기를 불태우는 장면이 반복적으로 방송되면서 행선지를 바꾼 사람들이 많다”며 “양국간 문제는 소수 정치인들만의 문제이기 때문에 양국 국민들은 잘 지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예년 같으면 일본인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을 롯데백화점 본점 지하 식품매장도 한두 팀의 관광객들만이 물건을 둘러볼 뿐이었다. 대여섯명씩 되는 판매원들은 주변만 둘러보며 일손을 놀리고 있을 지경. 반찬코너의 김치 판매사원은 일뼈?고객이 많이 찾느냐고 묻자 “식품 매장에 일본사람이 별로 없지 않느냐”고 반문하면서 “예전 같으면 계산이 밀려 수십명의 관광객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곤 했는데 지금 시기에 이 정도는 정말로 손님이 없는 편”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롯데백화점 본점은 골든위크 특수를 노리고 지난 26일부터 일본관광객이 선호하는 식품류를 20~30% 할인판매중이지만 매출은 시원치 않다. 지난 26~29일 김, 젓갈류 매출이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각각 8%, 4% 이상 덜 팔리고 있다는 것. 김치는 3.3%의 소폭 신장세를 보이고 있긴 하지만 독도문제 발생 전 30%대의 신장율을 감안하면 최근들어 가장 낙폭이 큰 셈이다. 롯데백화점 본점 식품팀 박한혁 팀장은 “대일관계가 악화되면서 일본 관광객의 내점이 줄고 행사 후반보다 매출이 좋게 나타나는 초반 3일 매출도 감소세”라며 우려를 표시했다.
그나마 가장 붐비는 매장은 10층 면세점의 최고가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와 루이비통. 그래도 이전에 비하면 손님수는 다소 줄어든 편이다. 에르메스 매장 관계자는 “아직 초반이라 비교가 쉽지 않지만 작년 이맘때에 비하면 손님수가 줄기는 했다”고 말했다. 그동안 골든위크 최대 특수를 누려온 명동 롯데호텔의 관계자도 “내국인, 중국인 등의 증가에 힘입어 예약률은 예년에 비해 거의 빠지지 않았지만 일본 단체 관광객은 상당히 줄어든 게 사실”이라고 귀띔했다.
동대문시장도 사정은 마찬가지. 동대문 패션몰 두타의 경우 이날 일본인 방문 관광버스 대수를 기준으로 할 때 전년 대비 20% 가량 감소한 것으로 자체 집계됐다. 실제로 지난해와 달리 동대문 인근 패션몰에서 두타를 제외한 밀리오레, 헬로에이피엠 등 많은 상가들이 외국인들을 대상으로한 프로모션을 진행하지 않고 있었으며 매장내 배용준, 원빈 등 한류 스타의 브로마이드나 포스터 등도 크게 줄어들었다.
동대문 밀리오레에서 관광상품 매장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독도문제 등으로 이번 골든위크에 일본 관광객이 줄어들 것으로 우려된다”며 “중국, 동남아 관광객들이 조금이라도 늘어 일본 관광객을 대신해 주길 기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생활산업부
입력시간 : 2005-05-01 17: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