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안정대책 실효성 있나

외환당국이 6일 환율급락을 막기 위해 강력한 시장개입 의사를 밝히는 동시에 개인의 해외 부동산투자를 올해중에 완전히 자유화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이는 외환시장에서 비정상적인 달러 매도우위 상태가 지속되고 있으며 이를 방치할 경우 패닉상태로 갈지도 모른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국 경제의 성장과 달러화 약세라는 구조적인 요인들이 계속 작용하고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이번조치가 어느 정도 실효를 거둘지는 장담하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 강력한 시장개입 의지 밝혀 재정경제부와 한국은행은 이날 직접적인 시장개입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들 외환당국은 대책회의후 내놓은 보도자료를 통해 "외환시장의 조속한 안정과 수출 기업 등 경제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외환 및 금융당국에 부여된권한과 역량을 최대한 동원해 대응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에 부여된 권한과 역량을 취대한 동원하겠다는 것은 외환시장에서 당국이 달러를 사들이는 직접개입에 과감히 나서겠다는 뜻으로 이전에 비해 상당히 강도높은 표현이다. 모니터링 강화와 한은.금감원 공동검사권 발동으로 환투기에 대해서도 엄중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외환당국은 또 "시장안정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당분간 불요불급한 해외차입을억제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기업들의 해외 달러조달을 자제 또는 연기토록 지도함으로써 외환시장에서의 단기적 달러공급을 줄이겠다는 뜻이다. 보다 중장기적인 수급조절 대책으로 ▲내국인이 해외에서 부동산을 취득할 경우현재의 50만달러 한도를 100만달러로 즉각 확대하고 ▲올해내에 이 한도를 아예 없애는 한편 ▲해외부동산을 취득할 경우 한국은행에 대한 신고를 외국환은행 신고로완화해 절차적 부담을 줄여주고 ▲개인.개입사업자의 해외직접 투자한도를 현행 300만달러에서 1천만달러로 즉각 확대키로 했다. 이 조치는 당장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시장 참가자들의 심리에 어느정도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당국은 기대하고 있다. ◇ 시장 안정조치 왜 내놨나 정부가 서둘러 시장 안정조치를 내놓은 것은 환율이 비정상적으로 빠르게 내려가고 있기 때문이다. 원.달러 환율은 지나 4일 심리적 지지선인 1천원선을 뚫고 내려와 998.50으로마감된데 이어 5일에는 전날보다 11.20원이나 낮은 987.30원까지 추락, 97년 11월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당국은 달러 매수세 없이 매도세만 나오고 역외 선물환시장에서는 일부세력이투기에 나서는 비정상적인 시장상황을 방치할 경우 패닉상태로 빠질지도 모른다는 우려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날 권태신 재경부 차관은 대책회의후 브리핑에서 "최근의 환율움직임과 거래동향은 정상적인 것으로 볼 수 없다"면서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경우 한국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이 커진다"고 말했다. 이는 환율이 하락하면 수출 가격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수출기업들의 채산성 악화를 초래한다는 점에서도 보고만 있을 수 없다는 뜻이다. 연구기관별로 환율의 성장률 영향에 대한 평가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한국은행은 원.달러 환율이 5% 하락할 경우 성장률을 0.3%포인트 끌어 내리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 대책의 실효는 있나 이번 대책이 환율안정에 어느정도 실효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더욱이 당국의 지나친 직접개입은 2년전에 이미 경험했듯이 당국의 엄청난 손실만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임경묵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정부는 2년전에 심하게 환율을 방어하다 돈만 많이 들고 효과는 없었다"면서 "당시 수출은 환율에 관계없이 호조세를 보였다"고 말했다. 또 해외투자 활성화를 위한 추가 조치에 따라 달러에 대한 수요가 어느정도 생길지 장담하기 어렵다. 작년 7월에 해외 부동산 취득한도를 30만달러에서 50만달러로 늘렸으나 한국은행에 신고된 것은 26건, 855만달러에 불과했다. 이는 정부의 해외투자활성화 조치와 상관없이 음성적인 해외부동산투자는 적지않게 이뤄지고 있으나 신고는 안되고 있다는 뜻이다. 더욱이 미국과 유럽의 부동산가격에 대한 거품논쟁이 일고 있는 상황이어서 이번 완화조치가 해외부동산 취득 확대로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다. 구길모 외환은행 과장은 "해외 부동산투자 확대조치가 작동하는데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면서 "중장기적으로도 해외 부동산투자를 위한 달러수요가 어느정도생길지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준규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미주팀장은 "이번 정부대책이 시장의 흐름을바꾸기는 어려울 것같다"면서 "그러나 정부의 의지가 확고하다는 신호를 시장에 보냈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미국의 금리인상 중단, 일본과 유럽의 금리인상, 위안화 절상 등에 대한가능성이 원화절상과 달러약세를 부추기는 요인"이라면서 "원화강세는 어쩔 수 없는대세인 듯하지만, 최근 시장은 이런 기대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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