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의 BBK사건 연루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BBK 자금 추적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결과에 따라 여야의 대선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BBK의 대주주였던 홍종국씨는 검찰에서 “내가 BBK 실소유주며 BBK 투자금 30억원은 이덕훈 전 흥농종묘 회장의 돈이므로 이 후보는 BBK와 무관하다”고 진술한 것으로 30일 알려지자 한나라당과 대통합민주신당은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하면서 격렬한 공방을 벌였다. 홍씨 진술만 보면 이 후보가 BBK 공방에서 탈출할 가능성이 높다.
◆ 홍씨 진술 내용은=홍씨는 검찰조사 후 일부 언론을 통해 진술 내용을 밝혔다. 그에 따르면 자신이 지난 1999년 9월 BBK에 30억원을 투자, 지분 99%를 확보했으며 10월에 지분 절반을 김경준씨에게 팔았고 나머지 절반은 이듬해 2월28일 이후 김씨에게 넘겼다.
김경준씨가 주장하는 이면계약서는 2000년 2월21일 작성됐고 이 후보가 BBK 지분 100%를 49억9,999만5,000원에 김씨에게 넘긴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홍씨 진술이 맞다면 이면계약서 작성 시점에 이 후보가 주식 자체를 보유하지 않은 상태였으므로 이면계약서가 가짜라는 뜻이 된다.
◆ 여야 “결백 입증”vs“지연 술책”=박형준 한나라당 대변인은 “홍씨의 증언은 가짜계약서 논쟁에 종지부를 찍었다. 이 후보는 피해자이고 가해자는 사기꾼 김경준이라는 움직일 수 없는 진실이 입증된 것”이라며 “BBK 소동은 김경준의 김대업 흉내 내기와 여권의 공작정치가 합작해 만들어낸 헛방”이라고 공격했다.
반면 신당의 정성호 의원은 홍씨 진술에 대해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를 지연시키려는 술책”이라며 “그가 BBK 실소유주는 자신이라고 자처하고 나섰는데 이 후보, 한나라당과 일정 정도 관련이 있다고 알려진 인물”이라고 반박했다.
한나라당과 신당은 각각 ‘여당의 정치 공작 사과’와 ‘이 후보 소환조사’를 요구했다.
◆ 대선 판도 어떻게 되나=홍씨 주장대로면 이 후보의 대세론이 굳어질 가능성이 크다. 검찰이 ‘자금흐름을 추적한 결과 이 후보의 돈이 BBK로 들어가지 않았다’고 결론 내리면 신당은 그렇잖아도 지지율이 크게 뒤진 상황에서 ‘흑색선전’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
‘보수 대안후보론’을 내세운 이회창 무소속 대통령 후보도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검찰의 수사결과가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계좌추적 등으로 홍씨의 ‘진술’과 다른 ‘물증’을 내놓을 경우 이 후보가 상처를 입으면서 ‘1강2중’ 구도가 3자 혼전 양상으로 바뀔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