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춘 “오늘 새정연 떠난다”…탈당·총선 불출마 선언

"당이 저로 인해 외면당할까 두려워"

박기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박기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10일 탈당과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박 의원은 이날 배포한 탈당 선언문을 통해 “위기극복에 온몸을 던져야 할 3선 중진의원이 당에 오히려 누가 되고 있다. 당이 저로 인해 국민들에게 더 외면 당할까봐 두렵다”며 “오늘 새정치민주연합을 떠난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자신을 엄격하게 관리하지 못한 불찰로 검찰에서 조사를 받았고 사전구속영장도 청구됐다”며 “부끄럽고 또 부끄럽다”고 했다. 그러면서 “저를 염려해주는 선·후배 동료의원들이 비리 감싸기,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난을 듣는 것도 가슴 아파 못 보겠다”며 “당과 국회 곳곳에 남아 있을 수많은 사연과 그 EO의 동지들과의 애환을 뒤로하고 이제 당을 떠난다”고 전했다.

박 의원은 “20대 총선도 불출마한다”며 “도덕성을 의심받는 사람이 무슨 면목으로 유권자에게 지지를 호소할 수 있겠냐”고 했다. 이어 “공직자의 도덕성이 이제는 기준이 아니라 기본이 되는 시대에 저의 과오는 큰 결격사유”라고 덧붙였다.

검찰의 사전구속영장 청구 방침에 대해서는 비판하면서 성실하게 재판에 임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그는 “검찰은 구속수사를 주장하지만 형사소송법 제70조는 증거인멸과 도주의 우려가 있거나 주거가 불분명할 경우를 구속 사유로 명시하고 있다”며 “지금까지 군복무 기간을 제외하고 평생 고향 남양주를 떠난 적 없는 제가 어디로 도주하겠냐. 갈 곳도 없다”고 전했다.

이어 “증거인멸 우려 역시 마찬가지다. 회기 중이라도 언제든 검찰에 출석하겠다고 수차례 밝혔고, 지난 8월5일 무려 20시간 30분이라는 고강도 조사에도 성실히 임했다”며 “정치자금과 과도한 축의금, 시계선물 등에 대한 수수 사실을 모두 인정하고 수사 초기 이미 자수서도 제출했다”고 했다.

박 의원은 “지난 30년의 정치 여정을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마무리 하도록 마지막 기회를 갖고 싶다”며 “남양주 시민 여러분, 당원동지 여러분, 선배 동료의원 여러분께 저의 잘못에 대해 다시 한 번 부끄럽게 생각하고 깊이 반성한다. 그동안 보내주신 성원과 격려는 가슴 속 깊이 간직하고 떠난다”고 글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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