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이 지난 주말(11일)에 이어 14일 600선에서 치열한 매매공방을 벌이면서 600선 돌파 여부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날 종합주가지수는 프로그램 매수세와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되며 지난 2월25일 이후 처음으로 장중 600선을 넘어서기도 했다. 하지만 600선 돌파에 대한 부담으로 차익실현 매물이 늘어나고 프로그램 매수세도 약화되면서 오름폭이 줄어들어 종합주가지수는 결국 지난 주말보다 11.43포인트(1.96%) 오른 594.40포인트로 마감했다.
지난 11일에도 종합주가지수는 장중 한때 597선까지 올라서기도 했지만 이후 경계감이 확산되면서 오름폭이 15포인트나 줄어들었었다. 연 이틀 600선 돌파가 쉽지 않음을 보여준 것이다.
전문가들은 종합주가지수 600선은 저가 메리트 및 이라크전쟁 종결 등 모든 재료들을 반영한 지수대라며 600선 돌파를 위해서는 추가 모멘텀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외국인 선물매수 따른 프로그램 매수세 지수 견인=선물 3월물에 대해 2만~3만계약에 이르는 대규모 누적 순매도 포지션을 유지하며 한국시장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드러냈던 외국인들은 최근 연일 선물을 사들이며 달라진 시각을 보여주고 있다. 3월물 만기 이후 외국인들의 선물 누적 순매수 규모는 2만여계약으로 6월물로 만기연장한 매도 포지션 1만5,000여계약을 청산했다. 즉 외국인들이 선물시장에서 기존의 부정적 시각을 접고 최소한 중립적인 시각으로 돌아섰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선물시장의 심리지표인 베이시스(선ㆍ현물간 가격차)도 최근 플러스권을 유지하며 대규모 프로그램 매수세를 유발하고 있다. 베이시스는 지난 10일 옵션만기의 영향으로 마이너스권으로 일시 밀린 것을 제외하고는 5일째 플러스권을 유지하며 투자심리가 긍정적으로 돌아섰음을 나타내고 있다. 전균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외국인들이 현물시장에서 적극적인 매수에 나서고 있지 않지만 시장 리스크가 점차 해소되고 있다는 기대감을 바탕으로 선물을 매수하며 인덱스 플레이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격메리트 희석 및 프로그램 매물 우려=종합주가지수는 지난달 저점 512선에서 이날 장 중 603선까지 상승해 20% 가까운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주식시장의 가격메리트가 상당 부문 희석되면서 상승탄력이 둔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 그동안의 전쟁랠리로 인해 시장은 일부 기술적 분석에서 이미 단기과열에 따른 과매수 신호를 나타내고 있다.
이 달 들어 꾸준히 유입되고 있는 프로그램 매수세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잠재적 물량부담으로 작용하는 프로그램 매수차익거래 잔액은 이달 초 4,000억원에서 8일 만에 8,000억원 선을 훌쩍 넘어서 이미 부담스런 수준에 도달했다. 지승훈 대한투신증권 애널리스트는 “매수차익거래 잔액의 적정 수준을 5,000억원 정도로 볼 때 3,000억원 정도의 프로그램 매물이 나오며 시장에 부담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또 기계적인 프로그램 매수세에 의한 지수 상승은 한계를 지닐 수 밖에 없다는 점도 이번 랠리의 신뢰도를 낮추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600선 돌파에는 새로운 모멘텀 필요=그 동안 주식시장을 짓눌러오던 이라크전쟁과 카드채 문제 등 기존 악재들은 이미 재료로서의 수명을 소진해 가고 있다. 또 국내시장의 독자적 리스크로 작용해 온 북핵 문제도 평화적 해결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며 재료로서의 영향력이 점차 약화되고 있는 단계다. 이날 일본ㆍ타이완 등 아시아 증시가 하락세를 보인 반면 국내 증시가 상승세를 보인 것도 북한이 다자 대화를 받아들일 뜻이 있음을 밝히면서 그동안 북핵 문제로 상대국보다 추가 하락했던 낙폭을 만회하려는 시도로 풀이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전쟁 조기종전에 따른 단기랠리가 600선 부근에서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며 추가재료가 없는 한 600선 돌파가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강현철 LG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 낙폭과대 및 이라크전쟁 종결에 따른 단기랠리는 600선에서 그 한계를 드러냈다”며 “정부의 재정ㆍ금융정책이나 예상을 뛰어넘는 2ㆍ4분기 실적 전망치 등 새로운 재료가 나오지 않는 한 기존 550~600 박스권을 이어갈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이재용기자 jylee@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