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공일 G20정상회의준비위원장이 15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G20 서울 정상회의의 성과와 의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왕태석기자 |
|
주요20개국(G20) 서울회의는 끝났지만 글로벌 불균형을 측정할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작업은 앞으로 3~4개월이 성패를 가를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내년 2월 프랑스 G20 재무장관회의에서 어떤 가이드라인과 시나리오가 제시될지 벌써부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경상수지를 축으로 재정ㆍ통화ㆍ환율 등 각국 거시정책들을 모두 종합하겠다는 게 G20의 야심찬 계획이지만 실현 가능성이 있을지를 두고는 의견이 분분하다.
서울 정상회의 후 잠깐의 휴식기를 보내면 곧바로 크리스마스 휴가로 이어져 물리적 시간도 결코 많지 않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이번 서울 정상회의에서 경상수지 가이드라인 구체안을 내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사실상 경주 재무장관회의 후 불과 3주밖에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가이드라인 두고 미국ㆍ중국ㆍ독일ㆍ영국 기싸움 치열할 듯=불균형 해소 가이드라인을 어떻게 구성할지를 두고는 앞으로 1년이 부족할 수도 있다. 경상수지를 비롯해 환율ㆍ재정ㆍ통화 등 사실상의 모든 거시지표를 활용해야 하는데 어떤 지표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각국이 절대적으로 유리할 수도, 불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환율 문제에는 중국이, 경상수지에는 독일이, 재정건전성에서는 미국과 영국이 각각 불리하기 때문에 자국에 불리한 요소를 최대한 적게 반영하려는 기싸움이 그 어느 때보다 팽팽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은 미국의 위안화 절상압박을 지속적으로 받고 있다는 점에서 불리하고, 독일은 유로화 저평가와 산업경쟁력을 기반으로 막대한 경상수지 흑자를 내고 있다는 점이 불균형 해소 가이드라인 작성의 약점이다. 영국은 금융위기의 최대 피해국 중 하나로 여전히 막대한 재정적자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 불리하다.
결국 각국은 자국의 약점을 커버하면서 강점은 부각시키고 상대방의 약점을 파고드는 불균형 해소 가이드라인을 만들 것으로 보여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향후 일정과 관련, G20 업무방식대로라면 차기 의장국이 실무 워킹그룹을 지명해 주요국 재무차관 및 국장급이 국제통화기금(IMF)과 불균형 해소 가이드라인을 만든다. 그러나 유럽과 국제금융기구의 업무 스타일상 우리처럼 단시간에 의미 있는 결과물을 내놓긴 힘들다. 프랑스 이웃인 독일이 경상수지 가이드라인에 가장 반대하고 중국도 거부감을 보이는 이상 미국이 제안한 방안이 쉽게 진행될지도 불투명하다.
◇프랑스, 불균형 해결책 내놓나=올해 우리 정부가 의장국으로 G20을 이끌어갔듯 내년에는 새 의장국인 프랑스가 주도권을 쥐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프랑스가 경상수지 및 글로벌 불균형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느냐가 중요하다.
프랑스는 벌써부터 철저히 자국의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문제들만 제기하고 있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내년 G20 회의에서 글로벌 기축통화 문제를 주요 의제로 설정하겠다고 공언했다. 오래 전부터 미국 달러화 중심의 세계 금융질서를 다극화 체제로 전환하자고 이야기해온 만큼 내년에는 작심하고 이 문제를 정면으로 거론하겠다는 뜻이다.
농산물 등의 파생상품에 대한 규제도 프랑스가 진작부터 욕심을 내던 의제다.
우리 정부는 일단 낙관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IMF 및 금융규제 개혁을 서울에서 마무리 지은 만큼 프랑스에서 다룰 이슈가 생각보다 많지 않다"며 "서울에서 넘겨받은 과제를 프랑스가 결코 소홀히 다룰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유럽ㆍ중국이 각각 복잡한 이해관계에 얽혀 있는 문제인 만큼 글로벌 불균형 문제는 최우선 과제 중 하나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