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돌아본 2007 유통가 트렌드] 와인 대중화

회식자리서도 소주 대신 와인
전세계적인 웰빙 열풍 힘입어… 올 수입액 작년보다 60% 급증
CEO들 '와인공부 스트레스' 까지… 유통업체 앞다퉈 판매확대 나서


올 한해 와인에 취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와인 소비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대부분의 주류 소비는 한 자릿수 증가에 그쳤지만 와인은 60% 넘게 폭증했다. 몇 년 전만 해도 해외 유학파나 문화계 인사 등 일부 마니아층을 중심으로 소비됐던 와인이 이제는 기업 CEO부터 회식 자리에 앉은 일반 직원들까지 너나없이 와인 마시기에 동참했기 때문이다. 프랑스, 미국, 이탈리아 등 세계 각국 와이너리에서 날아온 업계 종사자들이 한국의 와인 성장세를 놀라워 했다. 호텔, 와인바 등에서는 며칠이 멀다 하고 와인 시음 행사가 열리고 기업체 CEO들은 ‘와인 스트레스’에 시달릴 정도로 와인 공부에 열중했다. 서점에는 일본 만화 ‘신의 물방울’을 비롯한 와인 관련 책들이 쏟아져 나왔다. 2000년 이후 서서히 꿈틀대기 시작한 국내 와인 시장은 매년 30%전후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와인 수입액은 1억4,340만달러(추정치)로 지난해의 8,860만 달러보다 60% 이상 성장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수입국도 다변화되고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프랑스 일색이던 수입 와인은 한ㆍ칠레 FTA 체결 이후 칠레산이 늘어난 데 이어 올들어서는 이탈리아, 스페인, 호주산 와인의 증가세도 두드러졌다. 와인시장의 이 같은 급성장세는 무엇보다 전세계적으로 불어 닥친 웰빙 열풍에 힘입은 것으로 풀이된다. 알코올 도수가 낮은데다 적당량을 섭취하면 심혈관계 건강에 좋다고 알려지면서 전연령층이 선호하고 있다. 직장 회식 자리에서도 독한 술을 마시며 취하기보다는 가벼운 술과 대화를 즐기는 문화가 확산되면서 여성들이 많은 직장을 중심으로 와인이 회식주로 등장한 지 오래다. 일본 만화 ‘신의 물방울’(아기 타다시 지음)도 와인 열풍에 한 몫을 했다. 지난 2005년 말 국내에 출간된 이 책은 150만부 이상 판매되는 베스트셀러로 떠올랐다. 국내에서 와인 열풍을 주도하자 최근 출간된 13권에서는 김치와 어울리는 와인인 이탈리아의 ‘그라벨로’를 선정, 눈길을 끌기도 했다. 와인시장이 급성장하자 기존 수입업체는 물론 유통업체들도 앞 다퉈 와인판매를 늘리고 있다. 신세계 이마트의 올 와인 판매액이 500억원을 넘어서면서 와인업계의 큰손으로 부상했으며 롯데백화점, 신세계백화점, 삼성테스코 홈플러스 등 다른 유통업체들도 와인 매출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 전문 수입업체 외에 올들어 하이트맥주, 롯데아사히주류, 진로발렌타인스, 디아지오코리아 등이 와인 판매에 나섰고 SK네트웍스가 와인 사업부를 신설한 것을 비롯해 CJ, 아워홈, SPC그룹 등 외식 전문업체들도 와인 수입 여부를 타진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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