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에게 집을 물려받는 대신 매달 생활비를 지급했다면 증여가 아닌 매매로 봐야 하기 때문에 증여세를 부과할 수 없다는 대법원의 확정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집을 물려주는 대신 생활비를 지급 받는 거래 방식은 본인 소유의 주택을 맡기고 연금 방식으로 생활자금을 받는 주택연금의 운용 방식과 비슷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1부(주심 고영한 대법관)는 부모에게 집을 물려받은 허모씨가 성동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증여세 부과처분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피고의 상고 이유가 적법하지 않다"며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허씨는 지난 2010년 6월 어머니 황모씨가 소유하고 있던 1억6,100만원 상당의 서울 노원구 인근 아파트 한 채를 매매 형식으로 물려받았다. 허씨는 아파트를 물려받은 후 어머니의 채무 6,200만원을 인수해 상환했고 2007년부터 2013년까지 아버지 명의의 통장에 매달 120만원씩 총 6,910만원의 생활비를 입금했다.
그러나 세무 당국은 이를 직계가족 사이의 증여라고 판단하고 허씨에게 아파트 증여에 따른 세금 922만원을 부과했다.
이에 허씨는 "부모님에게 매달 생활비 명목으로 금전을 지급했고 근저당권으로 설정된 채무도 대신 갚았다"며 조세심판원에 심판을 청구했지만 조세심판원은 허씨가 근저당권 채무를 갚은 부분만을 인정해 증여세를 일부 감액하는 결정을 내렸고 결국 허씨는 소송을 제기했다.
1·2심 재판부는 "허씨는 2007년부터 부모에게 매달 120만원씩을 지급했는데 이 기간 동안 허씨가 부담하고 있던 개인적인 채무액 등을 고려하면 허씨가 단순히 부양의무를 이행한 것이라고 볼 수 없어 증여가 아닌 매매로 봐야 한다"며 허씨의 손을 들어줬다.
당시 재판부는 "부모의 경제적 상황이 좋지 않아 집이 여러 차례 강제집행이나 압류의 대상이 됐기 때문에 허씨는 자신이 부동산을 매수하되 부모가 이곳에서 생활하며 정기적으로 돈을 지급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이는 아무런 대가관계가 없는 단순한 증여라기보다 소유주택을 담보로 맡기고 평생 동안 연금 방식으로 매월 노후생활자금을 지급 받는 주택연금과 비슷하다고 볼 여지도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