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상임위 진출시도' 우회 비판

盧대통령 "亞지지 받아야… 재정적 기여 전부 아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10일 새벽(한국시간) 모스크바에서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을 면담한 자리에서 일본의 유엔 안보리 상임위 진출 시도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40여분간 진행된 이날 환담에서 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일본을 직접 지칭하지 않았을 뿐 ‘일본은 자격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노 대통령은 “많은 희생을 치르면서 2차 대전을 종식시킨 강대국들은 45년 유엔창설 당시에는 상임이사국이 되는 도덕적 명분과 세계질서를 움직일 수 있는 힘을 동시에 가졌었다”면서 “그런데 지금 새롭게 상임이사국에 진출하려는 국가들의 경우 세계평화를 위해서 어떤 희생을 치렀고, 어떤 도덕적 정당성을 가졌는지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안보리 개혁문제를 꺼냈다. 노 대통령은 이어 “새로운 상임이사국으로 선출된다면 지역을 대표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그러면 지역을 대표하는 정당성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봐야 한다”면서 “아시아를 대표하는 상임이사국이 된다면 그 나라는 아시아의 지지를 받아야 지역의 대표성을 가지지 않겠는가”고 일본을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일본이 안보리 증설의 논거로 내세우는 유엔에 대한 재정적 기여론에 대해서도 노 대통령은 “기여금을 많이 낸다는 것이 전부인가”라며 ‘부차적 문제’라는 입장을 강조했다. 상임위 자격은 재정적 기여를 논하기 전에 과연 아시아를 대표할 만한 자격과 도덕성을 갖췄는지, 그런 점에서 중대한 결격사유는 없는지를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논리인 셈이다. 노 대통령은 오는 9월로 예정된 유엔특별정상회의 연설을 통해 유엔개혁에 관한 자신의 입장을 전세계에 밝힐 예정으로 일본이 과거사문제에 대한 가시적인 실천이 없다면 안보리 상임이사국 증설을 둘러싼 한ㆍ일간의 입장차이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다음달 열릴 한ㆍ일 셔틀 정상회담이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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