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수필] 5개년 계획의 무덤

鄭泰成(언론인)싱가폴은 독립이후 지금까지 경제개발을 수행하면서도 5개년계획을 딱 한번밖에는 더 세우지 않았다. 그 5개년계획조차도 세계은행의 강청에 못이겨 연휴기간중에 후딱 작문하여 제출한것에 불과하다한다. 경제개발을 추진한 많은 후진국들이 다투다시피 5개년계획을 세워 그속에서 그들의 꿈을 펼친것에 비하면 싱가폴의 경우는 매우 특이하다고 할수 있다. 그러고보니 우리 5개년계획은 어찌 되었나. 박정희정부 이후 노태우정부가 끝날 때까지 5개년계획은 정책목표의 기본으로써 위엄을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김영삼정부에 이르러 5개년계획은 중도하차의 운영을 맞는다. 계획기간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김영삼정부는 신경제 5개년계획을 급조했으며 마침내 신·규 계획이 다같이 휴지로 변하고 말았다. 이제 김대중정부에 이르러서는 누구도 5개년계획을 들먹이지 않는다. 역사의 유물이 되고 말았다. 박정희-전두환-노태우정부시절은 5개년계획의 전성시대, 김영삼정부시절은 5개년계획의 쇠락시대, 김대중정부의 지금은 5개년계획에 대한 재판의 시대라고 말할 수 있다. 전후 후진국의 경제개발은 정부주도하에 이루어졌다. 그 상징이 5개년계획이다. 하기사 싱가폴도 정부의 강력한 주도아래 경제개발을 추진했지만 그들은 경직된 장기계획보다는 성공의 비결은 오히려 상황변화에 대한 적응력에 있다고 믿었다. 싱가폴의 성공은 생각해야할 많은 점을 시사해준다. 경제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개입도 정책선택의 여하에 따라서는 계속 유용할 수 있는 시사가 그 첫번째이다. 흔히 정부주도의 시절은 끝났다고 말한다. 정부가 경제를 움켜쥐는 아시아 모델은 이미 거덜났다고 말한다. 시장경제의 시대라고 말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아시의 기적을 이룬 원천은 정부의 강력한 리더십에 있었으며 정부가 스스로 엄격한 절도를 유지한다면 경제에대한 정부의 개입은 유용할뿐 아니라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두번째의 시사점은 반대로 나라마다 역사와 문화가 다르기때문에 성공조건도 다를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아시아 모델이 나라마다 실제로는 상당히 다르듯이 싱가풀의 성공의 우리의 성공이 된다는 보장은 없다. 변화에대한 적응력이 시험되고 있다는점에서는 싱가폴과 우리가 다를바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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