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투자신탁증권(현 푸르덴셜증권)이 회계법인과 짜고 기업가치를 부풀려 주식 공모를 실시, 소액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입힌 점이 인정돼 거액의 배상금을 물게 됐다.
12일 서울고등법원 민사합의18부(지대운 부장판사)는 소액투자자 1,541명이 푸르덴셜증권과 삼일회계법인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피고측이 지난 2000년 현투증권에 대한 실권주 공모를 실시하면서 투자자들에게 제대로 된 주식평가자료를 제공하지 않아 개인투자자들이 손해를 입게 됐다”며 “피고측은 총 121억여원을 배상하고 이중 회계법인의 책임을 25%로 제한한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주식투자는 위험이 따르게 마련이므로 개인투자자들 역시 투자손실에 대한 책임이 있다”며 “손실액 중 피고측의 책임을 40%로 제한한다”며 총 청구금액 307억여원 중 121억여원만 인정했다.
2005년 있었던 1심 재판에서는 현투증권 및 회계법인의 책임을 손실액의 60%로 인정했었다.
2000년 현투증권은 당시 대우 채권으로 인한 손실로 자본잠식이 된 상태에서 신주 발행을 통한 유상증자를 실시하면서 회계법인의 주식가치평가를 근거로 주당 6,000원에 실권주 공모를 실시했다. 당시 총 2만3,205명의 투자자들이 1억1,500여주를 배정받았으나 현투증권은 2004년 푸르덴셜에 매각되면서 이 주식은 전부 무상감자됐다.
이 소송을 대리한 법무법인 한누리 김주영 변호사는 “당시 현투증권의 주당 본질가치가 마이너스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제대로 알리지 않은 채 공모를 실시해 투자자들에게 대규모의 손실을 끼쳤다”며 “비록 배상액이 감액되기는 했으나 2심에서도 공모주에 대해 부실정보를 제공했다는 피고측의 책임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환영한다”고 말했다.